‘신천지 유착’ 대구 자원봉사단체 밀착취재···2017년 설립 후 광폭 행보
정치권·보훈단체·종교계 지역 인사들과 ‘인맥 맺기’···신천지 관련 단체 행사 참석 유도
주변인들 “이만희 참석 행사 데리고 가”···문화예술계로 영향력 확대 움직임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를 발생시킨 지 두 달여가 흘렀다. 확진자가 1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해진 국내 코로나 사태의 변곡점에는 뜻밖에도 한 종교단체가 있었다. ‘신천지’. 이 세 글자는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신천지가 지난 36년 동안 급성장을 한 배경에는 ‘은밀한’ 선교와 ‘폐쇄적인’ 조직관리 등 비밀스러운 ‘신천지 커넥션’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사저널e는 신천지의 최근 행보, 복잡하게 얽힌 ‘위장·유착단체’의 실체, 그리고 진화하는 신천지 세력화 등을 중심으로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한 여성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한 자원봉사단체 대표 최◇◇씨.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는 사이 지역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가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을 받는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관련 인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신천지 유착 단체’로 지목된 자원봉사단체 ‘한국나눔플러스NGO(이하 한나플)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17년 이후 지역 정치권과 문화예술계, 학계, 사회단체 등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단체 설립 3년 만에 그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NGO(비정부기구), NPO(비영리민간단체) 영역 등 지역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 사이 한나플은 ‘대구시장상’을 수상했고, 그 역시 대구 시민강사 위촉장을 받으며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순수 자원봉사단체 대표로 알려진 그가 신천지와 관련한 인물이라는 정황들이 나오면서 그와 교류하던 인사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최 대표나 그가 소속된 단체가 단 한 번도 신천지와 관련성을 표방한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 대표와 한나플은 신천지와 어떤 고리로 연결돼 있을까. 시사저널e는 종교단체인 신천지가 NGO 등 민간단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최 대표와 한나플의 행적을 추적하고, 주변인들을 밀착취재 했다. 이를 통해 신천지와 ‘위장·유착단체’, 그리고 지역 사회 리더층으로 이어지는 인맥 구조를 확인했다. 

‘자원봉사 하다던’ 그들 “도우미 역할 할게요”

그때는 2017년 봄이었다. 공식 행사가 없을 때면 한적함마저 느껴지던 A보훈단체 대구지부 사무실로 남녀 4~5명이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을 자원봉사단체인 한나플 소속 회원들이라고 소개했다. A보훈단체 김아무개 전 대구지부장은 처음 한나플 회원들과 만남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나플 사람들이) 처음에 사무실로 찾아왔지. 2017년쯤이었는데, (그때는) 최사랑 대표는 없었고. (최 대표) 밑에 (자원봉사단체를 한다는) 남녀 네댓 명이 우리 단체 사무실을 찾아왔지. 와서는 ‘여기 와서 보니 이렇게 좋은 곳 어디 있느냐’고 해서 (단체나 시설물 등을) 쭉 소개해 줬지. 그러니 (우리 단체) 행사 때 와서 자기네들이 도우미 역할을 해주겠다고 했지.

김 전 지부장이 최 대표를 직접 만난 건 ‘네댓 명 일행’이 단체 사무실을 찾은 후 얼마 뒤였다. 김 전 지부장은 보훈단체에 각별한 관심을 표하고, 단체 활동을 돕겠다는 그들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대구시 등록 자원봉사단체에서 열심히 활동한다고 하니 그저 ‘좋은 일하는 곳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최 대표와 한나플 측은 김 전 지부장에게 다양한 행사에 참석이나 축사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교류 관계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서류상으로 보자면, 최 대표가 설립한 한나플은 순수 민간단체로만 보인다. 한나플은 지난 2017년 7월 대구 달서구를 소재지로 해 설립돼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검색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체는 대구시에 민간단체 등록을 했고, 주요 사업은 ▲나눔과 봉사 활동 및 공익 관련 캠페인 ▲인성교육 및 문화콘텐츠 재능 계발 등 평생교육 ▲한국역사바로알리기 캠페인 ▲충‧효 사상 선전 계몽 활동 및 봉사 활동 등이다. 

시사저널e가 추적한 한나플 관련 주요 인사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따르면 실제 한나플은 설립 후 지난해까지 다양한 행사와 사업을 진행했다. 한나플은 지난해 3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등국이 된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역사바로알리기 캠페인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하하 나눔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는 문화공연과 동아리 부스 체험행사, 시민참여 이벤트 장기자랑 등이 진행됐다. 행사 취지나 모양새로만 본다면 기존 NGO 행사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다만 단체 설립자가 최 대표의 이름이 아닌 ‘최○○’로 돼 있는 것은 특이하다. 취재 결과, 대외적으로 알려진 최 대표의 이름인 ‘최◇◇’와 ‘최○○’가 동일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최 대표가 ‘최◇◇’라는 가명으로 활동했거나 개명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나플’이 초대해 갔더니···신천지 관련 단체 주최 행사

무엇보다 한나플이나 최 대표 일행의 행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자신들의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뿐만 아니라, ‘신천지 위장단체’로 지목된 단체의 행사에도 참석을 요구하거나 축사자로 섭외하려 했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김아무개 A보훈단체 대구시지부장의 사례다. 최 대표 일행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5월. 김 전 지부장은 최 대표 등 한나플 측 인사들로부터 ‘평화’ 관련 행사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전쟁 종식 세계평화선언 4주년 기념행사’라는 제목으로 열린 당시 행사는 한나플이 아닌 사단법인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일명 하세광)이 주최했다. 이 단체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대표로 있는 단체다. 이날 행사에는 김 전 지부장뿐만 아니라 불교계, 개신교계, 여타 보훈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김 전 지부장은 “그때까지만 해도 HWPL이 신천지하고 관련 있는지, 신천지나 이만희가 뭔지도 알지 못했다”면서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고 나아가서는 평화통일을 이야기하는 데 ‘참 좋은 슬로건’이라고만 생각했을 뿐”이라고 기억했다. 

HWPL 행사뿐만 아니었다. 그는 한나플과의 인연으로 신천지 관련 청년단체인 IPYG(국제평화청년그룹) 주최 행사에도 참석해 격려사까지 했다. 지난해 3월 1일 IPYG 대구경북지부는 대구 동구 대구경북항일독립운동 기념탐 앞 광장에서 ‘통일아 남북해(偕)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 및 한반도 평화통일 염원 행사’를 열었다. 행사 주최측 추산 30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김 전 지부장은 격려사를 했다. 

그렇다면 김 전 지부장은 한나플이나 최 대표 등과 신천지의 관련성을 의심하지는 않았을까. 다음은 김 전 지부장의 설명이다. 

(나중에 신천지를 알기 전까지는) 신천지나 이만희가 뭔지도 아예 몰랐지. HWPL이나 IPYG라고 해도 한나플과는 완전히 별개(단체)로 알았지. 나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사람들)은 다 그렇게 알아요. ‘별개 단체가 서로 동조해서 하는구나’ 그리 생각을 했지. 단체 대 단체가 서로 돕는 관계라고만 생각한 거지.

영문도 모른 채 ‘이만희 검지’를 들었던 그들 

최 대표는 과연 HWPL 등 신천지 관련 단체나 나아가 신천지와는 어느 정도 관계를 맺고 있을까.

일단 최 대표는 현재 연락 두절 상태다. 기자가 최 대표에 대한 제보를 받은 지난 3월 초부터 한달 새 최 대표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연락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 당사자에게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기자는 최 대표와 한나플 주요 인사들이 신천지 신도들의 행태와 유사한 행동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기자는 최 대표와 한나플 주요 인물들의 SNS를 집중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사진을 확보했다. 이 사진에서 최 대표는 정중앙에 착석해 있고, 그 주위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 20여 명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최 대표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검지를 위로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상 일반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 검지와 중지를 들어 브이자(V) 모양을 하거나, 두 손가락을 이용해 하트 모양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시사저널e 취재 결과, 이 사진은 지난해 지역 한 대학에서 진행된 최 대표의 강연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최 대표의 강연을 마련한 B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만난 최 대표가 30년 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고 해서 경험담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자 강연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당시만 해도 최 대표가 신천지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좋은 일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순수한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B교수에 따르면 당시 최 대표와 동행한 한나플 관계자가 사진 포즈로 요구해 참석자들이 일제히 검지를 든 것이라고 했다. B교수가 설명하는 촬영 당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7월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한국나눔플러스NGO 행사에서 최아무개 대표와 참석자 등 80여 명이 검지를 든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신천지 전문가들은 검지를 하늘로 드는 행위를 일종의 '신천지 표식 행위'라고 해석했다. /사진=SNS 사진 캡처
지난 2018년 7월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한국나눔플러스NGO 행사에서 최아무개 대표와 참석자 등 80여 명이 검지를 든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신천지 전문가들은 검지를 하늘로 드는 행위를 일종의 '신천지 표식 행위'라고 해석했다. /사진=SNS 사진 캡처

 

(검지를 위로 드는 포즈를) 모르고 따라 했는데···. (최 대표 일행이) ‘위 아 원’(We are one)이라고 하면서 손가락 모양을 따라 하게 했어요. 당연히 나도 학생들도 그게 무슨 의미를 말하느지는 아무도 몰랐죠.

유독 한나플이 주최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모두 검지를 위로 든 채 촬영한 사진이 다수 확인됐다. 지난 2018년 7월 한나플이 주최한 ‘제2회 한여름 나눔+ 축제’ 행사에서 최 대표 포함 참석자 80여 명이 일제히 검지를 위로 들고 촬영한 사진이다. 또 지난해 3월 초 HWPL 대구경북지부에서 한나플 주최로 열린 ‘한국역사 바로알리기 캠페인’에서도 참석자들이 일제히 검지를 들고 있었다. 

검지를 위로 드는 행위에 대해 신천지 전문가들은 ‘신천지 표식 행위’으로 해석했다. 신천지 전 신도이자 구리이단사무소에서 일하는 서민준 간사는 “(검지를 위로 드는 행위는) 보통 (신천지) 위장단체에서 많이 쓴다. 신천지 관련 단체일 확률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서 간사는 “신천지 신도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도 (신천지 표식이라는 걸 모르면) 나쁠 건 없으니 그냥 따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재덕 종말론사무소장은 “(단체로 검지손가락을 들고 사진 찍는 행위는) 신천지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면서 “사진이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신천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엄지와 검지를 브이(V)자 모양으로 들어 독특한 제스처를 취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최근 몇 년 새 ‘우리는 하나다’(We are one)를 강조하며 검지를 위로 드는 행위를 적극 알리고 있다. 

‘신천지 행사’ 초대하고 신천지 관련 단체 관계자 소개도 

한나플 주요 인사들이 단체 활동을 통해 만난 이들을 신천지 관련 단체들의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A보훈단체 김아무개 전 지부장은 “지난해 9월쯤 수원에서 열리는 평화 관련 행사를 가기 위해 45인승 버스를 대절했다며 함께 가자고 해서 행사에 갔었다”면서 “(직접 가서 보고) 큰 행사를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종교단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동행한 이들에게 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지부장이 참석한 행사는 HWPL과 IPYG, IWPG 등 신천지 관련 단체들이 매년 9월 18일을 전후해 여는 ‘평화만국회의 기념식’이다. 신천지 신도 등 수 만명이 매년 참석하는 행사에는 신천지 최고 지도자인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도 단체 대표로 참석해 연설한다. 

지역 대학 B교수 역시 최 대표를 통해 ‘만국회의 기념식’ 참석을 권유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 대표 측이 자신에게 HWPL 지역 인사를 소개까지 해주기도 했다.

(최 대표 측과 만나면서) 몇 가지 유혹을 하더군요. 작년 9월쯤 나보고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평화대축전’을 한다고 하곤 대구에도 유명한 법조인들이 같이 간다고 45인승 버스를 대절했다고 했어요. 교통편에다 숙식도 제공한다고…. 전혀 신천지인 줄도 몰랐는데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수상한 느낌’을 감지한 B교수는 본격적으로 HWPL 등을 조사해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신천지’와 ‘이만희’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그 후에도 B교수는 최 대표와 한나플 등의 행사 참여 요청을 받았지만, 학교 수업 등을 이유로 고사한 채 ‘거리 두기’를 했다. B교수는 당시 충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교회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이단이나 이런 데 문제점을 잘 알죠. 그런데 (최 대표와 한나플이) 이렇게 가면을 쓰고 하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았죠. 최 대표가 교회 다닌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지만 신천지라는 건 몰랐어요.

정치권, 문화예술계까지 보폭 넓히며 활동

최 대표나 한나플과 인연을 맺은 지역 인사들은 최 대표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대부분 ‘모른다’고 했다. 단체 결성 이전까지 개인 행적은 묘연한 셈이다. 베일에 가려진 있는 그의 과거 행적은 ‘30년 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는 자신의 소개 뿐이다.  

다만 문화예술 공연 행사에 자주 들렀다는 증언이 나오기는 했다. 대구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C씨가 기억하는 최 대표의 과거 행적이다. 

한 15년 전쯤 처음 좀 봤었죠. 최 대표가 지역 문화예술단체가 주최하는 공연이나 전시회 구경을 많이 왔어요. 옛날부터 인사를 꾸벅하면서 인사성이 밝았죠. 그때만 하더라도 ‘열심히 공연을 구경하러 다니는 사람’ 정도로만 이해했어요. 그런데 한 5년 전부터인가, 자기 사람들하고 많이 몰려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왜 저렇게 몰려 다니나’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한나플과 최 대표가 지역 정치권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었다. 최근 한나플의 최 대표가 권영진 대구시장과 자주 접촉한 정황이 나오면서 권 시장의 신천지 관련 의혹이 부각됐다. 반면 권 시장 측은 ‘한나플이나 최 대표가 신천지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최 대표와 한나플 주요 인사들이 권 시장 뿐만 아니라 대구시의회, 특정 정당 등을 집중적으로 드나들며 ‘인맥 넓히기’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 대표가 추천해 IWPG(세계여성평화그룹) 행사에 참석한 바 있는 한 여성 대구시의원은 “IWPG 회원들이 의회 자주 드나들면서 거의 모든 의원실로 들어갔다”면서 “평화를 위한 토론회를 한다고 하고, 여성들이 주최하고 참석하는 자리니 당연히 참석해줘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 명의’ 또 다른 의문의 단체 포착···“공연 티켓으로 인맥 쌓기”

시사저널e는 최 대표와 신천지 위장·유착단체들의 연결고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단체를 하나 더 포착했다. 최 대표가 한나플 이외에도 특정 단체를 만들어 문화예술계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기자는 최 대표가 지난해 1월 ‘생활▲▲아트협회’를 설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협회는 지난 2018년 5월 생활문화예술을 표방하며 설립된 D사단법인 회원 협회로 지난해 2월 법인에 가입했다.

D사단법인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생활▲▲아트협회 소개창에는 최 대표의 본명이 ‘협회장’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리고 하단에 최 대표의 또다른 이름이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또 2019년 1월 설립돼 소속 ‘동아리수는 7개, 정기 모임은 월 1회’하는 것으로 소개돼 있다. D사단법인 홈페이지의 조직도에서는 최 대표를 ‘생활문화봉사단’으로 소개했다. 

최 대표가 생활▲▲아트협회 이름으로 D사단법인에 가입한 것을 두고 주위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D사단법인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최 대표가 협회장으로 가입한 (생활▲▲아트)협회의 정체성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기존 법인 가입 협회들과도 영역이 중복되는 면이 있어 왜 굳이 법인 가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활▲▲아트협회 설립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남는다. 최 대표의 관련 온라인상의 글 등을 확인해보면 생활▲▲아트협회는 D사단법인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립연도(2019년 1월)와 달리 ‘2016년 결성’된 것으로 나타난다. 

자원봉사단체인 한나플의 주요 인사들과 문화예술단체인 생활▲▲아트협회 인사들이 겹치는 부분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D사단법인 홈페이지에 게시된 생활▲▲아트협회 소속 구성원 리스트에서는 한나플 사무총장을 알려진 박아무개씨가 특정 ‘동아리 대표’로 소개돼 있다. 

‘HWPL 홍보대사’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오래전부터 한 평화운동, 신천지랑 상관없어”

이 대목에서 또다른 한 인사가 등장한다. 지역 문화예술계 유력 인사로 알려진 손아무개씨다.

지역 문화예술단체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있는 그는 최 대표와 함께 빈번히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최 대표가 각계 인사들을 만나며 주는 ‘무료 공연 티켓’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손씨는 특히 주변인들에게 자신을 ‘HWPL 홍보대사’로 소개하고 관련 단체들의 행사에서 축사 등을 하기도 했다. 

최 대표가 접촉한 지역 한 인사는 “(최 대표나 한나플 관계자들이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 미끼로 공짜 공연 티켓을 가지고 유혹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공연 티켓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하고는 공연에 가면 마치 VIP처럼 대접을 해준다”고 말했다.

지역 일각에서는 손씨가 특히 지역 문화예술계 인맥에 밝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최 대표에서 손씨로 이어지는 흐름이 지역 사회 리더층과 맞닿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문화예술 활동이 전무했던 최 대표가 측근들을 데리고 지역 문화예술계를 기웃거린다는 점부터 어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손씨가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며 인맥을 넓힌 점을 최 대표가 자연스럽게 따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씨는 최 대표에게 공연 티켓 등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 소비운동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최 대표를 만나기전부터 오랜 동안 지역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최 대표와 한나플에 제공한 티켓도) 지역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이었을 뿐 그 티켓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손씨는 또 HWPL 홍보대사로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평화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행사 취지에 공감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나는 신천지 신도가 아닌 불교 신자이고, 지인들에게 신천지 선교를 위한 어떤 언행도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e는 ‘신천지 유착단체’로 지목된 한나플 최 대표와 HWPL 등 신천지 관련 단체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손씨는 “지금 상황에서 신천지라면 매도 당하는 상황에서 본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소용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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