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항공권 내놓은 플라이강원, 일각에선 ‘에어필립’ 사례 주목
대한항공, SPC 통해 30일 6000억원 ABS 발행 공시···추가 차입 불가피
LCC들도 유동성 확보 나섰지만 ‘월 최소 고정비용’에 그치는 수준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대한항공은 전체 항공기 중 90% 이상이 운항을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대한항공은 전체 항공기 중 90% 이상이 운항을 중단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영업을 통한 현금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 항공사들이 잇달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일부 자구책의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업계는 ‘당장 버티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각 항공사는 전 직원 대상 무급휴직 등 비상경영을 통한 비용 절감뿐 아니라, 각자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으나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직원 절반이 휴직 상태에 들어간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은 지난 25일 무제한 항공권을 상품으로 내놓았다. 해당 항공권을 구매하면 국내선과 국제선을 정해진 기간 동안 한도 없이 탑승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사측과 소비자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파격적인 혜택인 것은 맞다. 당장 버티기 위한 조치로 보이는데 그만큼 항공업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면서 과거 에어필립의 사례를 설명했다. 소형 항공사 에어필립은 지난해 12월 ‘국제선 슈퍼패스’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4개월 뒤 에어필립은 경영난을 이유로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항공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칼제이십오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SPC)를 통해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했다. ABS는 미래 예상 수익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이번 ABS의 만기 일자는 2021년 6월30일부터 2025년 3월30일까지다. 16회에 걸쳐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대표 주관회사로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대우가 참여했다.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한항공이 올해 차·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4조5342억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시장에선 ABS 조기 상환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조기 상환 시 대한항공은 ABS 원리금을 만기에 상관없이 먼저 갚아야 한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이번 ABS 발행의 조기 상환 조건은 ‘1번째 및 2번째 계산 기간을 제외한 연속 3회의 계산 기간 동안 계산 기간별 회수액이 해당 계산 기간의 신탁 조기지급 기준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이다.

추가 차입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대한항공의 회사채와 기존에 발행된 ABS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리스트에 올렸다. 하향 검토 사유에 대해선 “중국 및 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신탁 원본 회수 실적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CC들도 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LCC 중 가장 많은 현금성 자산(2971억원)을 보유한 진에어도 발 빠르게 나섰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공시에 따르면 진에어는 3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했다. 차입 금액은 진에어 자기 자본(1917억원)의 15.6%에 해당한다. 해당 금액은 실제 차입금액이 아닌 이사회에서 승인한 자금 조달 예정 금액이다.

티웨이항공도 현금 확보에 필사적이다. 최근엔 신한금융투자와 맺은 50억원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도 조기 해지했다. 만기까진 두 달이 남았지만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선택이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모든 국제선 운항을 멈춘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들 LCC의 자구책을 ‘역부족’이라고 평가하며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들이 최근 확보한 금액은 시장이 예상하는 월 최소 단순 고정비 수준에 그친다. 하이투자증권은 진에어의 월별 최소 단순 고정비(감가상각비·임차료·인건비)를 220억원으로 분석하며 1분기 631억원의 영업손실을 전망했다. 티웨이항공에 대해선 월별 최소 고정비 251억원, 영업손실 448억원을 예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