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윤장현·김웅에게 사과···진정성 없는 사과에 시민들 “탄식”

2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는 취재진이 가득했다./사진=임지희 기자
25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는 취재진이 가득했다./사진=임지희 기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하며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은 이른 오전부터 모여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이 이른바 'n번방'으로 불리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남)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하며 얼굴공개를 예고한 까닭이다.

경찰이 쳐놓은 포토라인에 따라 방송·촬영 장비와 이동 중계차가 줄을 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취재진 입장부터 열화상 카메라로 열을 측정하고 관계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다.

오전 8시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던 조씨는 처음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곳곳에서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라”, “방관자도 공범이다”고 야유를 퍼부었다. 취재 열기가 과열되자 송치를 이행하는 관계자들은 연신 협조를 요청했다.

25일 오전 8시 종로경찰서 앞에 조주빈이 모습을 드러냈다./사진=임지희 기자
25일 오전 8시 종로경찰서 앞에 조주빈이 모습을 드러냈다./사진=임지희 기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맨투맨 차림으로 등장한 조씨는 차분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조씨는 목에 보호대가 착용하고 머리에는 밴드를 붙인 상태였다. 첫 육성 메시지에 관심이 컸던 현장에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 기다리던 취재진이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냐”는 질문에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씨가 경찰서를 나와 준비된 흰색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2분이 채 안 걸렸다. 조씨가 차량에 들어가자 시민들의 분노 섞인 탄성이 사방에서 나왔다. 취재진의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조씨는 묵묵부답으로 경찰서를 나섰다. 시민들은 조씨가 떠나자 “공범자도 처벌하라”, “똑같이 고통을 겪어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일부 격양된 시민은 조씨를 향해 “야 이 개XX야”라고 소리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모습을 밖에서 지켜본 송채원(여·25) 여성의당 당원은 “이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나왔지만 보여주기식 포토라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며 “웹하드, 소라넷, 다크웹, 심지어 최근 3년 6개월을 구형받은 와치맨 등 과거 적은 형량 판결이 이 같은 사건이 초래했고 피해자들에 대해 전면적인 지원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어 그는 ”아직 이 사건을 잘 모를 수 있고, 내 얘기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까지 내 얘기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은 착각이며 더는 외면하면 안 되는 사안이다”며 “조주빈은 특별한 악마가 아닌 어딘가 숨어있는 알지 못하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고 호소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4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조씨의 피해자가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해 약 70명에 달하는 점, 국민의 알 권리 차원, 동종범죄 재벌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조씨는 성폭력범죄처벌법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첫사례다.

수사는 앞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구속 기간 만료가 임박해 일단 조씨의 신병을 검찰에 넘겼으나 그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할 방침이다. 조씨가 특정인에 대한 보복범죄를 의뢰받고 돈만 가로채는 등 사기행각을 벌인 정황과 마약 소지·투약 여부 등 추가로 제기된 의혹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유료회원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도 밝혔다. 조씨가 운영한 박사방에서 암호화폐를 지불하고 미성년자 성 착취물 등을 시청하거나 음란물을 공유한 유료회원들에 대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신원 특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25일 조주빈이 종로경찰서를 나가자 밖에 있던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항의했다./사진=임지희 기자
25일 조주빈이 종로경찰서를 나가자 밖에 있던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항의했다./사진=임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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