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게임 광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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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게임업계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의 성 상품화가 이번 n번방 사태에 일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선정적인 광고 적발 및 캐릭터 성 상품화를 막아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카페를 중심으로 초등학생 자녀가 모바일게임 아이템 때문에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작성자는 한 남성이 자신의 초등학생 딸에게 '좀비고' 게임 아이템 구입을 위한 기프트카드를 주겠다며 접근, 딸의 신상을 요구했다고 적었다. 이후 남성은 딸에게 노출 사진을 요구했으며, 거부하자 딸이 제공한 신상을 빌미로 딸을 협박했다. 다행히 부모인 작성자의 개입으로 별다른 피해 없이 상황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전용 메신저로 잘 알려진 ‘디스코드’ 역시 이번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다. 디스코드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2억5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게임 채팅 플랫폼이다. 단순 음성 채팅은 물론, 텍스트 채팅과 정보 공유, 관리 기능 등을 제공한다. 

최근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유통하는 업자들이 디스코드로 대거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경찰청은 “지난 19일 여성단체로부터 다수의 제보를 접수하고,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디스코드 이용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음란물 유통 사례를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N번방같은 사태를 만드는데 일조한 한국 게임업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작성자는 “어린아이처럼 생긴 얼굴을 한 캐릭터에 야한 옷을 입히는 등 한국 게임의 윤리적 기준은 이미 타락한 지 오래”라며 “더 이상 게임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포르노에 청소년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게임업계에서는 ‘젠더 감수성’이라는 용어 자체가 금시기되고 있다.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나 만드는 개발자 대다수가 남성인 상황속에서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상품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어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각종 범죄와 연관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그러나 이는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게임을 범죄에 이용하는 범죄자들의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다. 이번 n번방 사건과 게임을 무리하게 연결짓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민간 단체가 게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최근 해외 게임들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선정적인 광고가 유통되고 있다”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해당 게임이 국내 게임인지 해외 게임인지 알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개정을 앞두고 있는 게임법에도 선정적 불법 광고에 대한 규제 근거가 마련됐다”며 “다만 개정 이전에라도 정부가 시행령 등을 통해서 선정적인 광고를 먼저 잡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 뿐만 아니라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민간 단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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