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라임 사태 등에서 자유로운 ‘내부출신 외부인사’···내부 수습 적임자 평가
IB·글로벌 부문 역량도 탁월···1년 임기 과제 ‘수두룩’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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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내정자가 은행 안팎의 많은 기대 속에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깜짝 발탁된 권 내정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비밀번호 도용 사건 등 악재 속에서 우리은행 내부를 안정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과 그에 따른 금리 인하로 은행의 수익성에도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와 수익 방어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권 내정자는 투자은행(IB)과 글로벌 사업,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은행, 호실적 달성에도 NIM 하락 거듭···라임 사태 등 악재도 산적

권 내정자는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거쳐 25일 우리은행장으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권 내정자는 지난달 11일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후 6일 만에 임시집무실로 출근해 경영 준비에 나섰다.

현재 우리은행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히는 것은 내부 불안정이다. 우선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6개월 일부영업정지(사모펀드 신규 판매) 제재와 과태료 197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은행장직을 수행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문책경고)를 통보받기도 했다. 손 회장은 현재 금감원의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회장과 행장이 분리돼 그 영향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역임하던 당시의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은행에도 리스크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라임 사태와 비밀번호 도용 사건에 대한 금감원의 추가 제재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 잔액은 3577억원으로 금융사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만약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사실 등이 드러날 경우 DLF 사태에 이어 또 한 차례 고강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8년 7월 벌어진 비밀번호 도용 사건 역시 금감원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DLF 사태, 라임 사태, 비밀번호 도용 등으로 연이어 제재를 받게 되면 고객 신뢰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수익성 면에서도 우리은행은 올해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5410억원으로 전년(2조330억원)에 비해 24.2% 하락했다. 이는 자회사로 있던 우리카드가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의 손실 때문이다. 이전 관련 손익을 감안할 경우 우리은행은 2조원 수준의 호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오랜 기간 지속돼 온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NIM은 1.37%로 2018년 4분기(1.51%)에 비해 0.14%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에 은행권의 NIM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우리금융그룹/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우리금융그룹/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내부 출신 외부 인사’ 권 행장 내부 수습 적임자 평가···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기대

지난달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를 발표하기 전까지 권 내정자의 발탁을 예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손 회장과 경영철학을 잘 공유하고 있는 김정기 우리금융 부사장(당시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이 내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임추위의 선택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이사로 외부에 있던 권 내정자였다. 권 내정자는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지난 2017년까지 우리은행에 몸 담았던 ‘내부 출신’ 인사이면서 손태승 회장 체제하에서는 거의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외부 인사기도 하다.

권 내정자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권 내정자가 우리은행의 내부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DLF 사태나 라임 사태, 비밀번호 도용 사건 등이 일어났을 당시 권 내정자는 우리은행이 아닌 외부에 있었기 때문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또한 30년 가까이 우리은행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다른 외부 인사를 수혈하는 것보다 내부의 반발이 적다는 강점도 있다.

또한 두터운 네트워크 역시 큰 장점 중 하나로 여겨진다. 권 내정자는 우리은행에서 홍보실장, 대외협력단장 등을 지내며 많은 외부 인사와 교류를 이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참여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던 박병원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보좌한 이력 때문에 현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우리금융과 금융당국 간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내정자는 IB 부문과 글로벌 업무에도 능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17년 우리은행 IB그룹 집행부행장으로 있으며 아주캐피탈 지분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의 지분 74.03%를 인수한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의 지분 49.8%를 1000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유하고 있다. IB 업무를 1년 가량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듬해 잠시 자산운용사(우리PE) 대표를 맡기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대외협력단장으로 있으며 우리은행 기업설명회(IR)을 주도해 민영화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권 내정자는 50여곳의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권 내정자의 IB 부문 및 글로벌 업무 능력은 우리은행의 수익 다변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1년으로 한정된 임기가 ‘권광석 체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짧은 임기는 내부 신뢰 확보와 장기 플랜 수립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임기 연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단기 성과 창출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우리금융 내 한 관계자는 “아직 새마을금고에서의 임기가 남았는데도 과감하게 우리은행장에 도전한 것을 보면 내부 안정, 위기 극복에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손태승 회장이 은행장 후보 선정 직후 권 내정자를 내부 회의에 초대하는 등 둘의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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