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재단장한 우리은행 강남역지점, 디지털존 내세웠지만 아직 홍보는 부족해 보여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업무가 늘었다. 재택근무부터 최근에는 온라인 개학까지. ‘비대면’에 대한 수요는 날로 커진다.

은행은 지난 몇년 동안 비용절감과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비대면 거래’에 관심이 높았다. 비대면 거래 방안 중 하나가 ‘디지털 점포’다. 은행원 업무를 키오스크가 대신한다. 모바일거래나 인터넷거래로 할 수 없는 체크카드 발급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화된 온라인 거래를 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다.

우리은행은 지난 23일 강남역지점을 디지털금융점포 1호점으로 재단장해 문을 열었다. 디지털존은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체험 스크린을 별도로 마련해 안내 역할을 맡겼다.

디지털점포는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오후 11시에 닫는다. 창구 업무 85%까지 대체 가능한 키오스크는 오후 9시까지 주요 기능을 쓸 수 있다. 창구 영업이 끝나면 막이 내려오는 이곳에는 청원경찰이 아닌 전담직원이 별도로 상주한다.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자 탁 트인 내부가 보였다. 연갈색의 인테리어에 안락한 분위기가 들었다. 콘센트를 꽂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책상과 체험 스크린, 뒤에 전담 직원이 보였다. 은행 영업지점치고는 분위기가 생경했다. 창구 직원들은 영업점 깊숙한 곳에서야 볼 수 있었다.

기기 화면에서 안내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눈에 띄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키오스크 화면을 이용해 화상 상담사는 이용자를 확인하고 거래 과정을 함께한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는 공간을 나눠 두 대를 들여놨다. 문을 여닫을 수 있어 ‘박스’ 모양의 방처럼 느껴졌다. 문 위로는 1‧2번이라는 숫자가 붙어 창구 1번과 2번이라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상담 창구와 마찬가지로 번호표를 뽑고 이용할 수 있다. 

기기 화면에서 안내하는 다양한 기능들이 눈에 띄었다. 예금 입출금 같은 단순 기능부터 예금담보 대출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문구가 흘러나왔다.  

기기를 이용해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봤다.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화면을 누르고 있자 신규 고객은 개인정보를 등록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우리은행 계좌 자체가 없던 탓에 기기로 등록하지는 못하고 창구에서 계좌를 터야 했다. 그리고 난 뒤 다시 키오스크를 통해 본격적으로 체크카드 발급을 시도했다.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처럼 홀로 전 과정을 진행하는 것과는 달랐다. 키오스크 왼쪽에 놓인 수화기를 들고 화상 상담사와 함께 전 과정을 진행했다. 은행과 체크카드용 별도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창구에서 종이나 태블릿에 써내는 것보다도 키오스크가 훨씬 까다로웠다. 기기가 개인정보 인식 과정에서 공란을 허용하지 않는 탓에 집 전화가 없어도 가짜 번호를 만들어 숫자를 채워 넣어야 했다. 상담사는 직장 정보를 입력하는 게 애매하면 점이라도 찍어 넣어야 한다고 수화기를 통해 설명해왔다. 

기기를 터치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화면이 곧바로 종료되기도 했다. 그러면 처음부터 거래 과정으로 돌아와야 했다. 화상으로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마스크를 몇 번이고 벗었다가 추켜 썼다. 결국 20분가량의 사투 끝에 기기가 토해내는 체크카드와 안내서를 무사히 받아들었다. 화상 상담사가 없이 혼자서 거래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체험 스크린을 터치하면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 수 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체험 스크린을 터치하면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 수 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스마트 키오스크는 사실 우리은행 디지털금융점포만의 독점 서비스는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 말 당시 이광구 은행장 시절 기기 시연행사를 열었고 이후로 44개 지점 등에 해당 기기를 도입했다. 다른 은행 역시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기 실험을 해나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STM(Smart Teller Machine) 도입에 이어 지난해 10월부터는 무인점포를 열기도 했다. 

은행들이 기기 이용자로 타깃 하는 대상은 젊은 이용객이다. 젊은 세대는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데다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마친 뒤 창구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OTP)나 체크카드 재발급 같은 단순 업무로 창구를 찾는 일이 많다. 이런 거래는 기기가 수행할 수 있어 대학가나 젊은 세대의 유동인구가 몰리는 곳을 중심으로 은행들은 스마트 키오스크 도입을 늘리고 있다. 

다만 아직 은행 이용객들은 키오스크나 디지털존에 대해 잘 모르는 듯했다. 홍보가 부족한 점이 주요해 보였다. 입구부터 시작해 내부까지 들어서도 해당 지점이 디지털금융점포라는 점을 알아채기는 어려웠다. 은행을 방문한 사람들은 익숙한 듯 두 대가량 되는 ATM 앞에서 줄을 섰지만, 키오스크 창구에는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다. 한 젊은 여성 고객에게 디지털금융점포나 위비 스마트 키오스크에 대해 아냐고 묻자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점 관계자는 “계획만 2년을 거쳐 디지털특화점으로 리뉴얼했다”며 “햄버거 매장 등 식당에서 이용하는 키오스크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진 것처럼 은행 키오스크 역시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결국 고객들이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금융점포 추가 출점에 대해선 우선 실효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점을 늘릴 계획은 있지만 특화점의 실효성을 검토하는 게 우선”이라며 “강남역지점의 동향을 본 뒤 대학생들이 많은 번화가나 대학가에 추가로 출점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