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리스기 반납 이어 모든 국내선+국제선 비운항 조치
IOC·일본,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 검토···하반기 전망도 어두워
정부의 항공업 지원 두고선 ‘면피용’이라는 지적 이어져

22일(현지시각)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항공사들의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사진=AP통신·연합뉴스
22일(현지시각)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항공사들의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졌다. /사진=AP통신·연합뉴스

인천공항 이용객이 전년에 비해 90% 이상 감소한 가운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제기한 5월 항공사 연쇄 파산설이 “과장된 게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모든 국내선과 국제선을 비운항 조치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및 희망퇴직을 실행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 이 달 초엔 리스 계약한 항공기를 재계약하지 않고 반납했다. 사실상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IATA가 “정부 지원이 없다면 전 세계 항공사 대다수가 두 달 내 파산할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두고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위기는 맞지만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1주일 만에 업계의 반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1주일 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미주·유럽 등 글로벌 확진자는 급증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2만6747명에 달한다. 하루 만에 5000명 이상이 늘어났다.

유럽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2일(현지 시각) 기준 15만6823명에 달한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8만1054명) 확진자 수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 증가세는 다른 국가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국가도 연이어 생겨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은 22일 0시부터 해외 교포 및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도 해외 역유입을 막겠다며 베이징공항을 대상으로 모든 국제선 착륙을 금지했다. 베이징으로 향하기 위해선 각 항공사별 우선 착륙지(중국 내 다른 공항)에 도착해 검사를 받은 후 이동해야 한다.

이에 여객 수요가 현재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8일 인천공항의 일평균 여객이 전년에 비해 91.6% 줄어든 1만600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개항 이래 최저 실적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악재가 하루 단위로 이어지는 지금 모습이라면 전년 대비 90%가 아니라 95% 이상 감소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반기 실적도 장담하기 힘들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도쿄올림픽 연기·취소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2일(현지 시각) “(올림픽을) 연기하는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도쿄올림픽 연기와 관련해 “만일 (개최가) 곤란한 경우에는 선수를 최우선으로 연기의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는 항공업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각종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델타·유나이티드 등 자국 주요 항공사들에 대해 500억 달러(약 62조원) 규모의 긴급 부양책을 마련했다. 부양책과 별개로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40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도 실시한다.

그밖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은 정부에 600억 달러(약76조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WSJ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잉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어 지원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금 지원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항공업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항공사들은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대한 지원 계획은 전무한 상황이고, LCC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업계로부터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7일 산업은행은 3개 항공사에 400억원의 긴급 융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비용 중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받은 340억원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당시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자금인 1조6000억원의 일부다. 쉽게 말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으로부터 받은 지원 자금 중 일부를 자회사에 떼어 준 꼴이다.

한 항공사 임원은 “이렇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면 처음부터 무리하게 면허를 남발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 건 정말 옳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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