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채권시장안정대책 발표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용지원 가능성 높아져
아시아나항공, 현대산업개발 인수 앞두고 심각한 자금난···ABS 발행 등에 신용지원 가능성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 대책으로 회사채 시장에 20조원이 넘는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시아나항공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유례없는 항공업 불황으로 최근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4일 대규모 채권시장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산업은행의 신용지원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조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담기 어려운 회사채는 산업은행이 직접 회사채를 인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인수한 뒤 채권은행과 신용보증기금에 다시 매각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산업은행이 채권의 신용을 보증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1조9000억원을 들여 회사채도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할 회사채는 6700억원이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은 6868억원이다. ABS는 아직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구조화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중요한 자금조달 창구다. ABS는 담보가 있기에 신용등급에 의존하는 회사채보다 자금을 조달하기 쉽다. ABS신용등급도 통상 기업신용등급보다 2단계 높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자사 ABS에 꼬리날개 색동줄무늬에서 따온 ‘색동이’라는 이름을 붙인 색동이ABS시리즈를 발행하고 있다. 색동이 ABS의 신용등급은 ‘BBB+’이고 월별 만기도래 금액은 100억~400억원이다. 최장 만기는 2022년 11월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같이 극심한 항공업 불황이 장기화되면 항공사ABS에 대한 신용등급이 하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 관련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워치리스트)에 등록했다. ABS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조기상환 트리거’ 우려가 높아진다. 담보로 제시했던 매출이 급감하면 ABS담보가치가 동반 감소하면서 원금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해지고 이에 조기에 원금상환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악재를 상쇄시킬 긍정적 요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위한 2조원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다. 지난해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약12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400%에 이른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부채비율은 30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ABS와 관련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상향검토’했으나 최근 항공업 불황이 이어지자 ‘하향검토’ 요인을 함께 감안해 ‘미확정검토’로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향후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봤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신용등급 평가에 부정적 요인이 더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부터 모든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임원들도 급여를 60% 반납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에 대한 신용보강 지원에 나선다면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현대산업개발 역시 최근 산업은행에 신용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신용지원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기업을 지원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자금지원에 들어간 항공사는 LCC뿐이다. 아시아나항공 지원은 대기업지원이라 정부로서도 한층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매각을 진행하고 있기에 신용지원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시선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기업에 대한 지원방식 및 절차 등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여부가 정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