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복지부 장관, 잇단 설화로 자질론 제기···향후 개각서 경질 불가피
정은경 본부장, 실무 파악 능력 우수···차분하고 침착한 대응자세 호평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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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가까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시국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극과 극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장관의 경우 코로나19와 관련,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자질론이 제기된다. 반면 정은경 본부장은 차분하고 냉철하게 사태를 판단, 방역정책 실무자들을 총괄하고 있어 호평을 받는다.  

14일 복지부와 질본에 따르면 박 장관과 정 본부장은 출신성분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취임한 교수 출신 박 장관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유능한 장수 장관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 앞에서 실력이 드러난 문 정부와 유사하게 코로나19 사태에서 잇단 실언으로 교체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향후 개각이 단행되면 경질 1순위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반면 정 본부장은 복지부와 질본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밑바닥부터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위기 상황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물론 복지를 전공한 박 장관과 의사 출신 정 본부장의 차이도 일부 작용했다.

우선 박 장관의 최근 발언은 단순한 실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부 발언은 의학 지식의 부족과 몰이해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 장관은 지난 2월 21일 브리핑에서 “중국인,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들 입국을 상당히 제한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하루에 2만명 정도였던 입국자 수가 지금 4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그 4000명 안에 1000명 가량이 내국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창문을 열고 모기를 잡는 것 같다’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박 장관은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를 잡는 것 같지는 않고, 지금 겨울이라서 모기는 없는 것 같다”며 응수했다. 이같은 발언을 방역정책 결정자의 소신이라고 치부하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후 문제의 박 장관 발언은 같은 달 26일 발생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 장관은 ‘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를 받고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한국이 아닌 중국 복지부 장관이 했어야 할 발언이라며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도 즉각 사퇴를 요구했지만, 박 장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어 3월 8일 박 장관은 브리핑에서 “역설적이지만 한국에 (코로나19)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월등한 진단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자화자찬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창의적 방법을 모색하고 특히 발달된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체 채취나 GPS 정보를 이용한 역학조사 등은 세계적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박 장관 발언은 일부 사실이지만, 수십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현실에서 향후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박 장관은 의료계가 결정적으로 반감을 가질만한 발언을 했다.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마스크가 정작 필요한 진료 현장에서 부족해 난리인데”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의료진)들이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박 장관은 “저희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의료계 쪽에는 우선적으로 다 공급해드려서 사실 의료계에서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는 발언도 해 의료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미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했지만, 수용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의료계를 또 다시 자극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의료계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면마스크 사용이나 마스크 재활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박 장관은 혹시라도 의료계나 국민들을 약 올리기 위해 일부러 발언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실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일부 발언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의료 현장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누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일갈했다.

반면 정 본부장은 박 장관과 정반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고위공무원 나급(구 2급)에서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차관급 공직에 임명된 인물이다. 즉, 복지부로 설명하면 국장급에서 실장급을 뛰어넘어 바로 차관이 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같은 그의 발탁은 실무자로 근무할 때부터 습관화된 꼼꼼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정 본부장이 실무를 너무 자세히 알기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은 결과적으로 정 본부장을 빛나게 했다. 실무를 훤하게 파악하고 있는 그는 밤잠을 줄여가며 대책을 준비하는 데 주력했다. 매일 오후 2시 브리핑에 직접 나섰던 그는 권준욱 질본 국립보건연구원장이 임명된 후에는 번갈아 진행하고 있다. 브리핑을 진행하는 그의 머리 색깔이 하얗게 변하자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는 것이 질본 직원들 귀띔이다. 

정 본부장의 차분하고 침착한 언행은 상대적으로 박 장관과 대비된다. 지난 2월 26일 박 장관의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발언은 야당 의원과 질의 응답 과정 중 다소 흥분한 상태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반면 꾸준히 방송 브리핑에 비치는 정 본부장은 어떠한 질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답변해 박 장관과 대비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교수 출신 박 장관에 비해 관료 출신 정 본부장이 여러모로 노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행정 경험이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1956년생인 박 장관이 1965년생인 정 본부장보다 9살 많지만, 역설적으로 정 본부장이 더 노련하게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복수의 복지부 주변 관계자는 “마스크는 현재 국민들 자존심과 연결되는 중요사안인데 박 장관이 경솔한 마스크 발언으로 다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서 비의사 출신 복지부 장관과 의사 출신 본부장이 여러모로 대비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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