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처장 및 소비자보호예방부문 부원장보에 보험 전문가 임명···보험부문 힘 실어주기
암보험금 등 주요 현안 갈등 전망···보험업계 “공공의 적 인식, 안타까워”

김은경 신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사진=금융위원회
김은경 신임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사진=금융위원회

보험사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보험법 전문가가 발탁된 데 이어 부원장보 인사에서도 윤석헌 금감원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보험 전문가들이 전면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초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의 여파로 극심한 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독 관련 리스크까지 가중될 경우 경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막강 권한’ 금소처장에 보험법 전문가···소비자피해예방 부문도 보험감독원 출신

6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4일과 5일 양일에 걸쳐 부원장과 부원장보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부원장 인사를 통해서는 금소처장이 새롭게 임명됐으며 부원장보 인사에서는 총 5명의 신임 부원장보가 임명됐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가장 큰 특징은 보험 전문가들의 약진이다. 우선 올해 초 조직개편으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금소처장에 보험법 전문가인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임됐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금감원 ‘보험산업 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며 약관 개선 부분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삼성생명·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의 즉시연금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활약한 바 있다. 당시 김 부원장은 소비자의 편에서 보험사의 약관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김 부원장의 휘하에서 피해자피해예방 부문을 이끌 신임 부원장보 자리도 보험감독원 출신 조영익 감독총괄국장에게 돌아갔다. 조 부원장보는 윤 원장이 지난 2018년 취임과 동시에 공보국장에 직접 발탁한 인물로 윤 원장의 신임을 깊이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재 금감원 내 최연소 임원이며 올해 초 핵심 요직 중 하나인 감독총괄국장으로 이동한 후 단 2개월 만에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조 부원장보는 윤 원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외부 출신인 김 부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윤 원장은 보험사 감독·검사 업무를 총괄하는 보험부문 부원장보에도 자신의 복심을 배치했다. 박상욱 신임 부원장보는 지난 2018년까지 경남지원장으로 있었으나 지난해 윤 원장이 생명보험사 종합검사를 염두에 두고 본원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부원장보는 지난 2014년 삼성생명 금리연동형 보장성보험 특별검사 당시 팀장을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종합검사를 잡음 없이 처리해냈다.

조영익 금융감독원 소비자피해예방부문 부원장보(사진 왼쪽)와 박상욱 금감원 보험부문 부원장보/사진=금융감독원
조영익 금융감독원 소비자피해예방부문 부원장보(사진 왼쪽)와 박상욱 금감원 보험부문 부원장보/사진=금융감독원

◇암보험금·보험대리점 문제 주요 현안 부각 전망···보험업계 ‘긴장 백배’

업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로 인해 보험사와 금감원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오고 있다. 특히 암보험금 문제와 보험대리점(GA) 불완전판매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생보사들은 암보험금과 관련해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적인 암 치료’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 소비자들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원장은 지난해 6월 논문을 발표하고 소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금소처 차원에서 생보사에 암보험금 지급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좀 더 커진 셈이다.

당시 김 부원장는 “보험약관에서 ‘암의 치료’는 암이라는 질병을 치료한다는 취지의 표현이지 암을 치료하는 것에 특정한 방법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치료의 목적이 암을 치료하는 것에 있는 경우라면 암을 치료하기 위해 임상적으로 허용된 모든 방법과 내용이 인정되는 것”이라며 “심지어 치료에 효과가 있었는지 여부도 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불완전판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GA에 대한 감독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또 다른 논문을 통해 “과도한 선지급 수수료는 GA 등 비전속 채널이 고액의 판매 수수료를 받기 위해 특정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보험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며 “신계약 체결 중심의 높은 비율의 불완전판매를 조장하고 낮은 계약 유지율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영익 부원장보 역시 지난 2013년 보험영업검사실 검사팀장으로 있으며 GA 감시 강화를 이끈 바 있다. 당시 그는 “지사형 법인대리점은 보험회사와 수수료를 높이기 위한 협상을 일삼고 보험설계사의 대량 이동을 유발한다”며 “불완전판매와 위법행위로 소비자 보호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보험업 감독 강화 흐름에 업계 일각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로 인해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면 영업마저 제한되는 상황에서 감독까지 강화되면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어떠한 분이 금소처장으로 온다고 해도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둘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보험부문에 힘이 실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을 가진 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업계가 힘든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너무 공공의 적으로만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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