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시작으로 신한·국민·농협은행 등 줄줄이 본점 재택근무 시행
커지는 영업점 직원 불안에도···“영업점 차원 대책 마련 어려워”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본점 인력에 대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재택근무가 어려워 코로나 사태 속에서 불안감을 겪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본점 직원들에 대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나섰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달 25일 본점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날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지난달 26일 본점 인력 약 20%에 대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7일부터 본점 직원의 15% 인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며, 농협은행 역시 지난 28일부터 본점 인원의 30% 이내에서 4개조로 나눠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본점 폐쇄 등 유사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예방조치”라며 “향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면서 재택근무 기간 연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본점은 재택근무 도입이 활발하지만 현장 일선에 있는 영업점에서는 도입 논의가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업점은 고객과 대면 거래가 이뤄지는 창구인 만큼 재택근무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은행원 A씨(30)는 “영업점 창구에는 방문하는 고객은 중장년층이 많은데, 가끔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벗고 얘기하라고 성화를 부리는 고객이 있다”며 “그럴 때면 정말 난감하고 여러 사람을 상대하며 접촉을 하게 되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 B씨(28)는 “대구경북 지역 영업점은 사태가 심각한 만큼 영업시간을 단축 운영한다”며 “수도권 지역에도 단축영업이 도입됐으면 좋겠지만 고객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안을 호소하는 영업점 직원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당장 영업점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 내방하는 고객은 대출 업무, 본인확인 절차 등 비대면으로는 진행하기 어려운 용무가 있어서 오는 건데 재택근무로 이런 업무를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대면 영업 이슈 외에도 영업점 내부 전산 내용을 외부로 가져가 재택으로 업무를 볼 수도 없기 때문에 보안상 이유에서도 영업점 재택근무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본점 내 인원은 확진자가 발생해 부서 전체가 격리될 경우 대체할 인력이 없지만 영업점의 경우 확진자가 나오면 임시폐쇄 조치 이후 가까운 지점에서 인력을 대체하는 등의 대안이 있다”며 “대면 영업 및 보안 이슈와 영업점의 재택근무 효용성 등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현재로선 영업점 차원에서 재택근무 등을 논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