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공적 판매처 양재 하나로마트 가봤더니···1인당 5장으로 제한 판매
매장마다 가격·판매 방식 달라···시민들 혼란 속 ‘헛걸음 주의보’

“뉴스에서만 보던 줄 아니야?”

“어제보다 줄이 더 긴 거 같기도 하고.”

“살 수 있을까?”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서울 농협유통양재점 하나로마트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나눈 대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마스크 구매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우체국·약국·농협 등을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했고,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했다. 다만 정부의 대책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일 오전 10시.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서울 농협유통양재점 하나로마트 정문 앞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농협유통양재점은 서울 시내 하나로마트 중 큰 규모에 속하지만, 교통편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농협은 이날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를 통해 마스크 70만장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정한 서울·경기 지역 농협 하나로마트는 총 314곳에 달한다.

이날 농협유통양재점은 오전 9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했다. 농협유통양재점에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몰린 가족 단위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자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던 시민들의 줄은 주차장을 넘어섰고, 대기 줄은 이내 수십미터로 늘어났다.

농협유통양재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할당된 물량은 총 2만5000장이었다. 한 사람당 5장 한정으로, 총 5000명이 구매할 수 있는 양이다. 가격은 1장당 1000원이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 전 KF94 마스크 한 장이 2500~3000원에 팔렸던 것을 고려하면 반값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농협 직원들은 손가락 한마디 정도의 크기에 마스크 구매권이라고 적힌 ‘마스크 번호표’를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마스크 번호표를 받은 이들만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왼쪽은 농협 하나로마트 직원이 나눠준 마스크 구매권, 오른쪽은 기자가 구매한 마스크 5장. 사진=한다원 기자
왼쪽은 농협 하나로마트 직원이 나눠준 마스크 구매권, 오른쪽은 기자가 구매한 마스크 5장. / 사진=한다원 기자

시민들은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 행여나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뛰며 줄서기에 바빴다. 줄을 서면서도 손소독제를 꺼내 수시로 손을 닦았고, 직원들에게 “번호표 받으면 구매 가능한 거 맞냐”고 묻기도 했다.

하나로마트 직원은 대기 중인 시민들을 향해 “번호표를 받은 분들만 구매할 수 있다”면서 “아직 번호표가 많이 남아 있으니 뛰지 말고 천천히 오세요”라고 외쳤다.

기자도 ‘마스크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섰다.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로, 판매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다행히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종이가 소중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길게 늘어진 줄에 비해 기다린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일부 매장에서 ‘현금 결제’만 받는다는 정보 역시 거짓이었다.

기자 앞에 줄을 섰던 직장인 김아무개(28)씨는 “마스크 하나 사보려고 연차까지 썼다”면서 “약국에서도 판다는데 동네 약국은 다 품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공적 판매처를 지정해도 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차라리 지자체에서 한 장이라도 나눠주는 게 효율적일 듯하다”면서 “공적 판매처라도 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씨는 “홈페이지는 오후 2시라고 공지하고 오전부터 판매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 근처에 살아서 줄이라도 설 수 있었지 아니었으면 오늘도 구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농협 마스크 판매 공지. / 사진=농협 홈페이지
농협 마스크 판매 공지. / 사진=농협 홈페이지

실제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당초 농협은 공식 홈페이지에 “3월2일 오후 2시부터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한다”며 “농협몰에선 향후 공적 물량 확보 시 판매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이와 달랐다. 기자 역시 홈페이지 공지를 보고 방문했던 터라 공지대로 하나로마트에 방문했다면, 이날 마스크 구매는 헛걸음으로 끝날 뻔했다.

공적 판매처마다 다른 마스크 가격과 판매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체국은 장당 800원으로 1인당 5장씩 판매하고 있지만, 농협은 830원에서 2050원까지 판매가격이 다양하고 1인당 3장에서 5장까지 판매하는 등 지역마다 다르다. 어느 곳은 번호표를 나눠주면서 체계적으로 판매하지만, 어느 곳은 판매 시간인 오후 2시 이전에 매진되는 사례도 있었다.

기자는 이날 마스크 한 장당 1000원으로, 총 5장을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기자의 지인은 인근 하나로마트에서 오후 2시에 3개 묶음을 6150원에 구매했다. 기자의 지인은 “같은 지역인데도 가격이 거의 배 정도 차이 나는데 말이 되냐”라면서 “가격을 듣고 구매를 포기한 이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규모가 큰 곳은 아침부터 판매했고, 소매점은 오후 2시부터 판매했다”면서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게, 매일 물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내일 판매 시점도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협은 “차질 없는 마스크 공급을 위해 관계 부처와 긴밀하게 공조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확보된 물량이 신속하게 공급되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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