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브랜드 로고(BI)는 그 자체로 제품 연상
커피 등 음료 매출 40% 육박하자 '던킨도너츠→던킨'
스타벅스도 커피 뺀 로고로 교체···패션, 뷰티 등 업계도 리브랜딩 활발

/이미지=이다인
던킨 매장(왼쪽)과 스타벅스 매장. / 이미지=이다인

도넛 브랜드로 익숙한 던킨도너츠가 ‘던킨’으로 브랜드명을 교체하면서 네이밍마케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기업 브랜드 로고(BI)는 그 자체로 제품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 이름을 만들 때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위해 역설적인 이름으로 만들거나 던킨처럼 브랜드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이달부터 브랜드명을 ‘던킨’으로 교체하고 올해 신규 오픈하는 매장은 모두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본사는 지난해 1월 브랜드명을 교체했다.

비알코리아는 690여개 매장의 20%가량을 새로운 '던킨'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던킨이 ‘도너츠’를 브랜드에서 빼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매출에서 도넛이 아닌 커피 등 음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육박하기 때문이다. 기존 로고에서는 실제 판매하는 다양한 제품군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브랜드에서 ‘도너츠’를 뺀 던킨은 음료 매출을 확대하는 계획까지 갖고 있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커피 및 음료의 매출 비중을 기존 40%에서 45%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오해 때문에 로고를 교체하는 일은 세계 1위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역사에도 있다. 1971년 스타벅스의 로고는 ‘스타벅스 커피 앤 티(Starbucks Coffee and Tea)’였다. 이후 1987년 수정판 로고에서 Tea가 빠졌다.

조셉 미첼리의 저서 ‘스타벅스의 웨이’에 따르면 당시 로고는 고객들의 경험에 혼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로고는 현재의 형태에서 Starbucks와 Coffee가 감싼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당시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바닐라·초콜릿 아이스크림에 커피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고객들이 커피가 재료로 사용됐다고 오해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해외 스탁버스 매장에서도 커피를 주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음료들이 많지만 로고 때문에 ‘커피’라는 단어가 자동으로 붙는 상황이었다. 스타벅스의 로고를 새롭게 디자인한 크리에이트브 디렉터 마이크 펙은 “용기에 ‘커피 없음’이라고 스탬프를 찍는 것도 세련되지 못한 해결책이었다”며 “소비자들 눈에는 커피와 딸기만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스타벅스는 새 디자인에서 테두리를 없애고 사이렌(로고에 있는 신화적 캐릭터)을 전면에 내세웠다.

식음료 말고도 패션·뷰티업계에서도 리브랜딩은 종종 보인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는 2016년 브랜드 개편에 착수해 젊은 이미지를 부각시킨 리브랜딩에 성공했다. 국내 로드숍의 화정품의 원조격인 미샤는 2018년 여성의 아름다움을 반영한 로고로 전면 교체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 냈다.

역설적인 브랜드명으로 주목을 받는 기업도 있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못된고양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못된고양이’는 이름 자체로는 어떤 제품을 파는지 연상하기가 쉽지 않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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