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들 지난해 이어 디지털 역량과 해외시장 개척 화두로 제시
증권업 패러다임 변화에 생존하기 위한 필수 역량으로 인식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과 ‘해외시장’을 강조해 주목된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됐던 키워드와 유사한 것으로, 그만큼 생존과 성장을 위해선 디지털 역량과 해외시장 개척이 증권업계에 중요한 화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하이 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를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금융 플랫폼 서비스는 하이 테크놀로지를 지향해야 한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고객과 24시간 편리하게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만들고 혁신적인 디지털금융 솔루션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응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내용보다 한 단계 더 구체화된 모습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선 “우리 회사는 글로벌, 투자 전문, 연금, 디지털이라는 4개의 축을 가지고 경영을 해오고 있다”며 성장을 위한 중대 요소로 디지털을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다.  

최 부회장은 해외시장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그는 “글로벌화는 단순히 네트워크의 확장이 아닌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라며 “고객은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국내에 편중된 투자를 분산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회사는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와 함께 성장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역시 디지털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의 방식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솔루션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혁신과 멀어 보이는 기업금융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며 “글로벌 투자은행(IB) 주도로 온라인 회사채발행 플랫폼이 만들어 지고 있고 해외의 P2P 플랫폼은 기관투자자와 중소기업이 합류해 펀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고객의 니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디지털을 활용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인적 역량이 주(主)가 됐던 기존의 방식에 디지털의 도움을 받으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디지털을 강조했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도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비즈니스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디지털 기술은 고객의 금융 니즈(needs)를 더욱 심도 있게 분석하고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경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역시 지난해 신년사에서 ‘경영관리 효율화 및 디지털 혁신’을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핵심이라 내세운 바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우리의 미래는 금융 수요층 변화에 대한 대응, 해외 사업 확대, 신규 수익원 확보 이 세가지에 달려있다”며 “빠른 고령화와 밀레니엄 세대의 금융 소비자 본격화에 대비해 리테일그룹, DT본부 및 IT본부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 및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디지털 역량 강화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수요층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그는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1~2%대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 증권사가 아니라 글로벌 IB라는 더 큰 시각을 가지고 선진 금융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국내 주요 증권사 수장들이 디지털과 해외시장을 강조한 배경에는 그만큼 증권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증권업과 타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이들도 변화하고 있다”며 “생존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이용도가 높은 플랫폼, 새로운 먹거리인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게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과 ‘해외시장’을 강조해 주목된다. / 그래픽=셔터스톡.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과 ‘해외시장’을 강조해 주목된다. / 그래픽=셔터스톡.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