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무 악화에 웅진코웨이와 아시아나항공 매물로 나와
게임업체가 렌탈업체 인수하고 건설사가 항공사 인수한 사례도 주목

표=시사저널e.
표=시사저널e.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다양한 사연이 담긴 딜이 많았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회사를 인수한 뒤 다시 시장에 내놓아야 했던 사례가 있기도 했고 그룹사 재무적 부담 탓에 핵심 계열사를 매각해야하는 상황도 있었다. 매력적인 매물이 다수 나오면서 동종업계나 유사업계가 아닌 타업종에서 M&A에 나선 사례도 많았다. 

◇ 눈물 머금은 매각···웅진코웨이와 아시아나항공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재매각은 올 한해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딜이었다. 앞선 3월 웅진그룹은 MBK파트너스로부터 코웨이 지분 22.17%를 1조6800억원에 인수했다. 웅진그룹이 2013년 핵심 계열사인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이후 6년여만에 다시 사들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숙원이었던 웅진코웨이 인수는 ‘3개월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웅진그룹의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3월 말 태양광 사업을 하는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기업회생절차 신청했다. 이 영향에 지주사인 웅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에서 ‘BBB-’로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재무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해 재매각을 결정했다.     

웅진그룹은 당초 캐시카우 역할을 할 웅진코웨이를 통해 그룹을 다시 재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런 꿈을 펼치기도 전에 웅진코웨이를 팔아야했다. 업계 일각에선 웅진코웨이를 무리하게 산 점을 패착이라 보고 있다. 실제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인수 자금 대부분을 인수금융(1조1000억원)과 웅진씽크빅 전환사채(5000억원)로 조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웅진코웨이가 부담이 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웅진그룹에 못지않은 눈물의 매각에 나섰다. 지난 4월 그룹명칭에도 포함될 정도로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결정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만 하더라도 승승장구했다.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했고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재계 순위 7위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고 사들였던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내놔야 했다. 이후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부실해졌다. 그룹 재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줄 역할을 하면서 재무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별도기준)은 814%에 달했고 연간 이자비용만 1634억원 수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룹 전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끝까지 붙들기가 쉽지 않았다.

◇ 활발했던 타업종과의 M&A

올해 M&A 시장에서 특징적인 점은 다른 업종과의 M&A가 활발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M&A는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 경우 동종업종이나 유사업종의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많다. 타업종의 경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큰 편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타업종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사례가 다수 나왔다. 앞서 언급된 웅진코웨이와 아시아나항공이 대표적이다. 웅진코웨이는 지난 10월 게임회사인 넷마블이 본입찰에 참여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컸다. 넷마블은 “구독경제 1위인 웅진코웨이를 통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인수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항공사가 아닌 부동산 개발업체가 인수에 나선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제주항공을 갖고 있는 애경그룹이나 방산산업을 하고 있는 한화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장을 내밀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몽규 HDC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교통·운수)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

골판지 제조사인 태림포장은 의류 제조 및 수출업체인 세아상역에 인수됐다. 당초 국내 제지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타업종에서 인수에 나선 것이다. 세아상역은 활성화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과 맞물려 골판지 사용량이 증가하는 등 수익사업으로서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셋톱박스 업체 휴맥스는 주차장 운영 업체 하이파킹을 인수하며 타업종 M&A가 이뤄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올해 같은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에 대한 M&A 사례가 다수 나왔다”며 “향후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인지가 M&A 성공 여부를 가를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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