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주액 190억 달러, 2006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
미·중 무역전쟁에 유가 하락까지 대외적 불확실성 여전
2020년 전망도 어두워···“경쟁과열로 인한 ‘고위험 저수익’ 상황 지속”

/ 자료=해외건설협회

국내 건설경기가 불황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건설 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건설업계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 수주액은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200억 달러를 채우지 못한 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 유가하락, 국내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해외수주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주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현재까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19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6년 165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수주액(321억 달러)보다 42% 가량 감소했다. 중동, 아시아, 태평양·북미, 유럽, 아프리카, 중남미 등 모든 지역에서 수주 금액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특히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올랐던 아시아와 기존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서의 부진이 수주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수주 규모가 가장 큰 아시아 수주액은 112억 달러로 전년 162억 달러에 비해 30.8% 하락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 효자 노릇을 했던 베트남은 44억 달러에서 9억 달러로 80% 가량 급감했다. 중동의 수주액은 4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92억 달러) 대비 51.6% 감소해 반토막이 났다.

아울러 수주 규모 하락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과 유가하락 등의 각종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매출처인 중동·아시아 지역의 발주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의 산업설비·인프라 투자가 지연되거나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 자료:해외건설협회

중동지역의 경우 지난해 배럴당 70달러를 상회했던 두바이유 가격이 올해 60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된 게 건설사업 발주가 주춤한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급락으로 재정 불안이 계속되자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탈석유 경제’를 추진한 것도 발주 감소의 원인이다.

또 중국이 아프리카에 이어 중동 플랜트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건설 수주전략을 펼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는 좁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기존 유럽업체와의 수주 경쟁에 중국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주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며 “과거 해외수주에서 과열경쟁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짜는 것도 수주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사실상 200억 달러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대외환경이 불확실하고 수주경쟁 격화에 따른 ‘고위험 저수익’ 상황이 지속되면서 올해의 실적 부진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까지는 해외건설 부문의 부진을 국내 주택부문의 수익성으로 흡수할 수 있었으나 국내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내년 이후가 문제다“며 ”유가 안정 및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수요 증가 등 내년 해외 발주환경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등 경쟁국의 공격적인 수주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 수주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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