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차원, 1000억원 규모 소각···주가 5만원대 진입, 52주 신고가 경신
신한금융과 시총 격차 1조원→7000억원···증권가 “전체 은행주에 긍정 영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KB금융의 새로운 시도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은행 지주 중 최초로 ‘자사주 소각’ 결단을 내린지 일주일만에 시가 총액이 1조원 이상 급증하는 등 주가부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KB금융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가 급락을 이유로 주주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던만큼 이번 주가 상승이 더욱 희소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의 시총 격차도 1조원대에서 7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의 주가는 이번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KB금융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5만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6일(4만7000원) 대비 6.38% 증가한 수치다. 시가총액 역시 19조6512억원에서 20조9056억원으로 1조2544억원 급증했다.

이는 KB금융이 6일 공시한 ‘자사주 소각 결정’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약 1000억원 규모에 해당하는 자사주 230만3617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으며 지난 12일 소각을 단행했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나선 것이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주가하락으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1월 6만86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낮은 주가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주들에게 “송구스럽기 그지없다”며 “과감한 생명보험사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높여 펀더멘털 관리에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가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하지만 마땅한 생보사 매물의 부재와 글로벌 경기둔화 등이 겹쳐 지난 8월에는 주가가 3만825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 카드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짐으로써 윤 회장과 경영진들은 고민을 한시름 덜 수 있게 됐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신한금융과의 시총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시총은 각각 20조7462억원, 19조6512억원으로 1조950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13일 종가 기준 시총은 21조6472억원과 20조9056억원으로 격차가 7416억원 수준으로 좁혀졌다. 신한금융의 13일 종가는 4만5650원으로 지난 6일 이후 4.34% 상승했다. CEO 선임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됐지만 KB금융(6.38%)보다 2.04%포인트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KB금융뿐만 아니라 은행주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 외에 하나, 우리, BNK, DGB, JB금융의 주가가 모두 이번주 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소각은 은행 지주사 중 처음으로 실시 되는 것으로 KB금융 경영진의 적극적인 노력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며 “진정한 주주친화정책의 시작점으로 은행주 전반에도 상당한 호재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자기주식 소각은 규모가 작아 보일수도 있지만 국내은행주가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배당 외 주주환원 정책수단이 추가된 셈으로 향후 자기주식취득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질수도 있고 타은행주의 자기주식 소각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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