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건설사, 공약 법률검토 거쳤음에도 정부는 위법으로 인식
3개사 가운데 한 곳 시공사 선정할지, 새판짜기 돌입할지 조합이 선택

시공사 선정을 진행중인 한남3구역. 정부가 26일 한남3구역 입찰에 참가한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공사 선정을 진행중인 한남3구역. 정부가 26일 한남3구역 입찰에 참가한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과열된 수주전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 대해 입찰 무효화를 발표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세 곳 건설사는 물론 조합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정부는 약 20여개 공약을 위법으로 판단해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조합은 시공사 입찰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수도, 새판짜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 결국 공은 조합에 넘어간 셈이다.

업계에서는 조합이 당초 일정대로 오는 28일 기호1번 대림산업, 2번 현대건설, 3번 GS건설 세 곳의 합동설명회를 열고 내달 15일 시공사 선정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속도가 곧 수익성인 정비사업 특성을 감안한다면 조합이 굳이 사업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내로라하는 1군 건설사 세 곳이 우수한 공약으로 입찰에 참여한 만큼 이들을 배제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는 게 추후 주택가치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 이렇게 되면 OS요원 등을 투입해 지난 수개월 간 수백 억 원을 들여 수주활동을 벌여온 세 곳 건설사에게도 득이 된다.

문제는 조합이 위법사항이 적발된 현재의 시공사들을 상대로 일정을 이어갈 경우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산구청 재정비사업과 관계자는 “계획된 일정대로 시공사 선정과정을 이어갈지 말지 여부는 조합이 결정할 일이지만, 수사결과 후 시공사 제재 등이 이루어지고 나면 사업일정에 지장을 초래될 수 있다. 조합이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찰에 참가한 건설사 역시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동안 세 곳 건설사는 각각 법무법인의 자문결과를 받고 공약으로 내건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정비사업을 꼽아온 만큼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위법 결정을 내릴 수 있어 바짝 긴장해왔다. 결국 그간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자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세 곳 건설사가 입찰 참여시 ▲경미한 범위 10%를 벗어난 혁신설계 ▲사업비 무이자 제공 ▲입주시 잔금유예, 이주비 100% ▲이주비 70% 감정평가를 초과한 최소이주비 5억 원 제공 ▲상가 인테리어 비용 5000만 원 ▲입찰 마감 후 혁신안 제출 ▲일반분양가 고액 보장 등의 공약을 내건 게 정부의 현장점검의 발단이 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2조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 참가한 A건설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위법사항 20여개가 있다고만 밝히고 건설사별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아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B건설사 관계자는 “LTV 한도를 초과한 이주비 지급 등은 사업비에 녹여 지급하는 방식 등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 검토를 받았는데 위법으로 결정나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감정평가액 기준 LTV 40%까지만 이주비 대출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재개발 사업장에서는 도정법 30조 2항에 따라 건설업자가 추가이주비 대여를 제안하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각 조합원이 보유한 주택의 감정평가액에 관계없이 시공사가 이주비 대출부분을 사업비에 녹여 지급한도를 보장하거나, 무이자로 지급하는 게 적법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점검반이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초부터 국토부, 서울시, 용산구청의 정비사업 담당 공무원과 한국감정원, 변호사, 회계사, 건설 분야별 기술전문가 등 관련 전문가 총 14명이 투입된 점검반을 꾸려 한남3구역 조합을 드나들며 건설사들이 내건 입찰제안서 등을 입수해 검토해왔고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