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 인터넷은행 특례법 대주주 심사 요건 완화 논의
금융노조 “법을 위반한 기업도 은행의 대주주로 인정해주자는 것”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논의되자 케이뱅크를 구원하기 위한 특혜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출범 당시 케이뱅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인터넷은행 특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김종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논의됐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심사에서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령,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은 전력이 있어선 안 된다는 기존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차질이 생기면서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에겐 이 개정안이 절실하다. 앞서 KT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담합과 관련해 과징금 57억원의 처분을 받아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KT가 지분을 34%까지 확대해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으며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 문제를 해결해 사실상 ‘개점휴업’이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두고 케이뱅크를 위해 금융업권 전체에 적용되는 법안을 바꾸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실상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이 아닌 케이뱅크만을 위한 ‘특혜법’ 개정이라는 지적이다.

전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특혜를 위해 금융산업 규제 자체를 와해시키려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며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 및 법안 파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공정거래법 준수 의무가 포함된 것은 인터넷은행도 당연히 ‘은행’이고, 따라서 금융산업의 안정성을 위해선 은행에 요구되는 적격성 규제를 똑같이 준수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당위성 때문”이라며 “해당 개정안은 법을 위반한 기업도 은행의 대주주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에도 재무건전성 기준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신설될 은행 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한 최대주주는 최근 분기 말 기준 위험자산 대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충족해야 하며, 해당 기관이 속한 업종의 재무건전성 기준을 평균치 이상으로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케이뱅크 예비인가 심사 당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4%로 8%를 넘었으나 국내 은행의 평균인 14.08%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당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률자문을 받아 금융위에 재무건전성 기준의 적용 기간을 ‘최근 분기 말’이 아닌 ‘최근 3년간’으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를 받아들여 우리은행이 최근 3년간 기준으로 봤을 때 자기자본비율이 14.98%로 국내 은행의 3년 평균치(14.13%) 이상이니 재무건전성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케이뱅크 인가를 위해 금융당국이 사실상 재무건전성 기준 적용 기간까지 바꾸며 억지 해석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가 과정에서도 재무건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금융당국이 유권해석을 관용적으로 해준 부분이 있다”며 “결국 그런 부실 인가가 현재 케이뱅크의 경영 문제와도 관련 있는 셈인데, 이를 또 추가 특혜로 봐주겠다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대주주 적격성 기준이 너무 엄격해 은행권에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던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해외의 경우 과도한 금산분리를 철폐해 인터넷은행이 자리를 굉장히 잘 잡아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주주 적격성심사 등 엄격한 규제가 인터넷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 육성하려던 원래의 취지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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