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LCD 감산에도 가격 급락세로 영업적자 확대···누적적자 9000억원대
4분기도 LCD 감산 지속···중소형 OLED 공급으로 매출 확대 전망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연말 LG디스플레이 누적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 3분기에만 436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3분기까지 누적적자는 9375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시장에선 사업 구조조정 비용이 본격 반영되는 4분기 이후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적자가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부침이 심한 가운데 LG디스플레이를 이끌 정호영 신임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대형 OLED 패널 시장이 확대되기 전까지 보릿고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 안정의 중책을 안게 됐다. 

◇LCD 감산에도 적자확대 중소형 OLED 매출은 확대 

LG디스플레이 올 3분기 적자는 삼중고가 겹쳐 규모가 커졌다. LCD 패널 가격 하락세, LCD 팹 가동률 조정에 따른 비용, 신규 중소형 OLED 라인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이 반영되면서 분기 영업손실액만 4367억원이다. 직전 분기 영업손실(3687억원) 대비 약 18% 적자 폭이 확대됐다.

뿐만 아니다. 매출과 영업손실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 3분기 LG디스플레이 실적 컨센서스는 지난 한달 간 매출 5조8553억원, 영업손실은 3827억원으로 추정됐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LCD 패널 급락, LCD 팹 가동률 조정, POLED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이 2000억원 이상 반영되면서 3분기 적자 폭은 직전 분기대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적 하락을 두고 회사 측은 LCD 패널 가격 급락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LCD 패널의 적극적인 감산에 나섰다. 파주 P7, P8 등 8세대 중심 LCD TV 공장 가동률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 3분기 제품별 매출 비중은 TV용 패널이 직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축소된 32%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9%포인트 하락했다. 대신 중소형 POLED 패널 매출 비중은 직전 분기 대비 9%포인트 오른 28%를 기록해 주목된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7%포인트 오른 비중이다. 

값 싼 LCD를 줄이고 고수익 중소형 OLED 패널 매출이 늘자 평균 판가도 올랐다. 올 3분기 면적 출하량은 직전 분기 대비 4% 감소,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지만, 면적당 판가의 경우 전 분기 대비 13%나 오른 513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2%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발 LCD 물량 공세는 당초 회사 측의 예상을 넘어서면서 적자 폭을 줄이지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올 3분기 중국 업계의 10.5세대 신규 LCD 팹 가동으로 패널 가격이 현저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이에 동일한 방식의 물량 경쟁을 지양하고 LCD 가동률 조정으로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올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LCD 감산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소형 OLED 매출을 늘려 손실 폭을 줄여가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올해 대형 OLED 패널 시장은 350만대에 못 미치는 규모지만, 내년 600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 전무는 “4분기에도 P7, P8 LCD TV 패널 공장 다운사이징(축소) 방침을 기본으로 LCD TV 출하는 계속 감소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올 4분기에도 중소형 OLED 증가로 LCD TV 감산을 상쇄하면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OLED 전환 과도기…보릿고개에 재무통 정호영 구원투수 투입

증권업계는 올 4분기는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저점이 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LCD 감산 및 인력 축소에 따른 구조조정 비용이 본격 반영되기 때문에 5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전무도 “올 4분기에 현재 구조혁신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 발생 등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적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약 8년 만이다. 지난 2011년 LG디스플레이는 8세대 LCD 설비 증설과 함께 9000억원이 넘는 연간 누적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같은 해 3분기에만 4921억원의 분기 적자를 냈다.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격적 설비 투자에 따라 패널 공급이 과잉됐다. 같은 해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 사업 포기 방침을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뚜렷한 로드맵을 그렸던 것과 대비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G디스플레이가 LCD 투자에 저력을 쏟으며 OLED 전환에 한 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게 됐다.

LG디스플레이가 독보적으로 공급하는 대형 OLED 패널 매출은 아직 TV 매출의 절반도 못 미치고 있어, 당분간은 LCD 패널 가격의 반등 여부를 지켜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전세계 패널 제조 업계의 감산 기조로 내년 가격 반등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2분기엔 LCD 패널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현재 만들면 손해를 보는 구조만 벗어나기만 해도 실적은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측은 내년 LCD 시장 반등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점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내년도 LCD 패널 가격 반등에 대해선 현재 여러 가지 구조조정이 있어 올 4분기쯤 수급 밸런스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추가적으로 중국 업계서 신규 공장이 들어설 위험이 있어 내년은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침체와 OLED 안정화 속에서 재무구조 및 경영 안정화 등 현안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6년만에 LG디스플레이 수장으로 돌아온 재무통 정호영 사장을 선임하게 된 배경에는 자금운용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 정 신임 사장은 2008년부터 6년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하며 사업전략을 주도했다. 손 꼽히는 재무통 인사로 LG디스플레이의 경영 안정 중책을 맡았다.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LCD 감산 방침을 기반으로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 방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서 전무는 “신임 CEO 부임 이후 한달 여간 미래성장 역량 등을 위해 제로베이스에서 사업 재정비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것은 자사 추진 방향 확정 이후 시장과 소통하겠지만, 큰 틀에서 말하자면 단순한 비용 축소, 인원감축의 형태가 아닌 경쟁력 있는 사업 구조 갖추는 것에 초점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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