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직고용 방침 후 지난달 20일 비공개로 모여
대부분 국립대병원들 서울대병원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 직고용 합의에도 자회사 방식 고수 입장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지난 8월 22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전환 요구 파업결의 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들이 지난 8월 22일 오후 청와대 인근 도로에서 직접고용 정규직전환 요구 파업결의 대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일부 지방 국립대병원장들이 서울대병원장으로부터 비정규직 노동자 직고용 방침을 전해들은 후 비공개로 모여 지방국립대병원들은 직접 고용 정규직화가 어렵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4일 복수의 국립대병원 노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경상대병원의 병원장들은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이는 서울대병원장이 다른 국립대병원장들에게 직접 고용 원칙을 전달한 이후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대책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서울대병원 노사는 지난 3일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정책에 따른 조치였다.

취재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장은 3일 파견용역직 노동자들과 직접 고용에 합의하기 전에 미리 다른 국립대병원장들에게 직고용 방침을 전했다.

한 국립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장으로부터 직고용 방침을 들은 후 5개 국립대병원장들이 지난달 20일 모여 자신들은 서울대병원을 따르지 않고 직고용 방침이 어렵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이는 자회사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짬짜미 성격이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국립대병원 사측 관계자는 “우리 병원장이 서울대병원장으로부터 전화로 직고용 방침을 전해 들었다. 서울대병원도 애초에는 생명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하는 파견용역 노동자만 직고용하고 나머지는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이러한 방침을 전했다”며 “이에 5개 병원장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병원장들은 서울과 지방의 국립대병원들 경영 환경이 다른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서울대병원처럼 지방 국립대병원들도 직접 고용으로 가긴 어렵다고들 말했다. 실제로 지방 국립대병원들은 인구가 서울에 집중돼 환자 수도 서울대병원에 비해 매우 적다”며 “다만 자회사 방식을 고수하자는 담합 차원은 아니다”고 했다.

이 자리에 모인 5개 국립대병원장들은 다음 날인 8월 21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는 직접 고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도 직고용을 합의한 서울대병원과 직접 고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경북대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국립대병원들은 직접 고용을 꺼리고 있다. 직접 고용했을 때 드는 비용, 직고용시 사용자 책임 강화, 노조 강화 등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자회사 설립 방식 정규직화는 기존 파견·용역업체와 다르지 않다. 또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직접 고용 방침을 밝힌 교육부가 서울대병원 직고용 합의에서 멈추지 말고 전체 국립대병원들이 직고용 되도록 지원과 압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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