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는 머리카락 1/10, 강도는 철의 10배···“日보복, 韓수요 높일 수 있지만 우려는 여전”

탄소섬유가 적용된 람보르기니 자동차 바퀴/사진=셔터스톡
탄소섬유가 적용된 람보르기니 자동차 바퀴/사진=셔터스톡

일본이 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현행 27개국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한국만 제외된 것이다. 반도체 수출규제에 이은 2차 경제보복 조치다. 오는 28일 시행된 이후 폭넓은 분야에서 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중심이 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수소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아직 상용화가 폭넓게 이뤄지지 않아 타 산업분야만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대하지만, 지체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수소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수소차의 연료탱크 성분이 탄소섬유인데 이를 일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상용화 전까지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5월 ‘탄소소재 융·복합 기술개발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이른바 ‘탄소법’이 통과된 후 정부와 지자체 등이 탄소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전남 나주에 ‘탄소밸리’가 추진 중인 가운데, 지자체 중에서는 전북도가 효성과 경북도가 일본 도레이와 손을 잡고 ‘탄소 클러스터’를 구성 중이다.

전북도는 탄소산업, 경북도는 탄소소재를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중복을 피하기 위한 합의를 본 상태다. 전북도와 손을 잡은 효성의 경우 국내 기업들 중 탄소섬유 분야에서 가장 선두에 올라 있는 업체다. 일본의 보복조치 의결에 앞서 우려가 불거졌을 당시 “수소차용 탄소섬유 양산에 속도를 내겠다”며 공언한 것도 효성이었다.

효성은 2007년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했다. 2011년 생산기술을 확보한 뒤 2013년부터 일부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도레이 등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뒤 유럽 등 업체들이 속속 뛰어드는 가운데 국내에선 효성이 선제적으로 도전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월 효성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전북 전주 탄소섬유 생산라인 증설공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일본의 보복이 효성에는 기회로 다가올 수 있고, 정부차원의 수소경제 드라이브에도 국산화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탄소섬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탄소섬유는 수 많은 탄소 원자가 결정구조를 이루고, 길게 늘어선 분자 사슬로 이뤄져 있다. 직경은 10마이크로미터 내외로, 머리카락 1/10 수준이다.

인장강도와 강성도가 높으며, 고온과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이 우수하고, 열팽창이 적다. 철과 비교하면 무게는 20%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이상이다. 탄성은 7배 이상을 자랑한다. 강도는 센데 무게는 가볍다보니 활용도가 높은데, 이 때문에 ‘미래산업의 쌀’, ‘꿈의 소재’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항공기·자동차는 물론 로켓 등에도 사용된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여객기 A380, 각종 슈퍼카의 내·외장재, 고속열차, 골프채, 건축보강재, 인공관절 및 의료보조기구, 각종 전자기기 케이스 등에도 탄소섬유가 적용된 사례가 많다. 섬유 자체다보니 원료·원사 사용도가 높다. 그야말로 전방위적 활용이 가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섬유 제작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고품질의 탄소섬유 생산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기술력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분야다. 일본은 섬유산업 분야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내준 1970년대부터 최첨단소재개발에 열을 올렸다. 탄소섬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업계는 이번 일본의 보복조치가 “우리 제품 수요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근심 또한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기회로만 볼 수 없다”며 “고객사들에 부담이 결국 후방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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