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센터장 “엔씨 AI기술은 세계적 수준”

지난 2016년 구글 ‘알파고’ 바둑대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AI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국내 AI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게임사는 단연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18일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에서 ‘NC AI 미디어 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엔씨는 현재 진행중인 AI 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엔씨, 8년째 AI 기술 연구···국내 AI 연구 선도

엔씨는 지난 2011년 2월 AI 테스크포스(TF)를 조직, 2012년 12월 AI 랩을 설립했다. 2016년 1월에는 AI 센터로 확대하는 등 AI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2015년 1월에는 AI랩 산하 NLP(자연어처리)팀을 신설하고 2017년 9월부터 NLP센터로 확대했다. 현재 AI 센터와 NLP 센터 산하 5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전문 연구인력만 150여 명이며 대학원 연구실 13곳과 AI 연구 협력도 맺었다.

엔씨는 AI 기술을 통해 게임∙IT 등 다방면 상품·제품·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센터 산하 게임 AI랩은 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도와주는 AI 기술을 개발중이다. 게임 기획 지원(시뮬레이션, 기계학습을 통한 기획 의도 검증, 밸런싱), 게임 아트 제작 지원(기계학습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 개발 검증 지원(QA 테스트) 등의 연구도 수행한다. 

스피치(Speech)랩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발성한 자유발화 음성(spontaneous speech) 인식 및 발화 의도 이해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음성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보이스 커맨드 기술 또한 연구중이다. 비전(Vision) AI랩은 주어진 이미지·동영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며, 의도에 따라 이미지를 생성하고 변형하는 AI 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 개발한다.

NLP센터 산하에는 언어(Language) AI랩과 지식(Knowledge) AI랩이 있다. 언어 AI랩의 경우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자연어처리 기반 기술을 비롯해 지식을 주고받는 질의응답 기술, 자연스러운 대화기술 등의 소통(Interaction)기술을 연구 중이다. 지식 AI랩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 흥미롭고 유의미한 지식을 생성·요약·추론하고, 이를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페이지’, ‘비무 AI’ 등 AI 기술 적용 사례 대거 선보여

엔씨는 AI 기술 연구와 동시에 이를 적용한 사례들도 여럿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선보인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PAIGE(페이지)’가 있다. 엔씨는 올해 4월 페이지 2.0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페이지 2.0은 한층 풍성해진 AI 콘텐츠, AI와 교감할 수 있는 PAIGE Talk, 내 구단 팬들끼리 교류하는 이용자 참여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응원 구단을 설정하면 구단과 선수에 대한 AI 콘텐츠는 물론, 구단 뉴스와 경기 일정, 결과, 순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 핵심 기술은 NLP센터가 보유한 언어 AI 기술과 지식 AI 기술이다. 페이지에 적용한 언어 AI기술은 텍스트 콘텐츠를 분석·요약·생성하는 기술과 사용자가 AI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Q&A 대화 기술이며, 지식 AI 기술은 데이터의 흥미도를 측정·분석해 텍스트, 인포그래픽 등의 형태로 변환해 제공하고 있다. 

엔씨는 또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AI 기술도 개발중이다. AI기술을 통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필요한 여러 가지 반복적인 수작업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특히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 2019는 딥러닝 기반 역운동학(Inverse Kinematics)을 이용한 AI 기반 캐릭터 애니메이션 생성 기술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엔씨는 게임에도 AI를 적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비무 AI’다. 엔씨는 지난해 9월 열린 e스포츠 대회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 현장에서 ‘블소 비무 AI이벤트 매치’를 선보였다. 각각 다른 학습체계를 적용한 3종류(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의 AI를 유럽, 중국, 한국 등 프로게이머 상대로 선보였다. 이 경기는 온게임넷, 트위치 등을 통해 글로벌 생중계됐다.

해당 경기를 통해 엔씨는 AI가 사람만큼 게임을 잘 플레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여러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가령 방어형 AI는 상대 체력을 줄이기보다 자신의 체력 보존을 중요하게 여겨서 상대 선수와 거리를 벌려 유리한 기회에 반격하는 것이 특징이며, 공격형 AI는 상대에 근접해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내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경기에서 각 비무 AI는 유럽, 중국, 한국 등의 최고 선수들과 팽팽한 접전을 보여줬다.

NC 미디어 토크 행사 전경. / 사진=엔씨소프트
NC 미디어 토크 행사 전경.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 AI 기술은 세계적 수준···게임 AI 분야는 ‘독보적’

이날 행사에서 이재준 엔씨 AI센터장은 ‘엔씨의 AI 기술 수준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엔씨 AI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특히 게임 AI는 독보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초대한 저녁 식사 자리에 김택진 엔씨 대표를 초대하기도 했다. 넥슨, 넷마블, 엔씨 등 이른바 게임 빅3 중 엔씨만 유일하게 초대한 것은 엔씨의 AI 기술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준 센터장은 “지난 2016년 알파고를 통해 AI 열풍이 불었다가 최근 잠잠했는데, 이를 손 회장이 AI를 언급해 불을 다시 지폈다”며 “김 대표와 손 회장은 AI가 즐거움을 주는데 어떤 역할과 기여할 수 있을지 정도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이후 김 대표를 만났으나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AI를 강조한 바 있다.

이 센터장은 이번 행사 개최와 관련해 “요즘 AI 기술은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추세”라며 “엔씨는 대한민국 기업 중 AI 관련 연구를 가장 빠르게 시도했고 여러 시행 착오를 겪었다. (그래서) 이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AI 연구의 경우 당장의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다. 장기적 관점에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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