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망 임대 놓고 막바지 논의 중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KB국민은행이 알뜰폰(MVNO) 사업을 앞두고 LG유플러스와 막바지 논의를 하고 있다. 5세대(5G) 네트워크 망 임대를 두고 막판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사업이 진행되면 KB국민은행은 비대면 방식의 단순한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당초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약관을 확정하고 별정통신사업자 신청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늦어도 이달 초까지는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마무리 짓고 별정통신사업자 신청을 할 예정이었지만 5G 망 임대를 놓고 의견이 갈려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있다.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유례없이 빠르게 새 통신망을 MVNO 사업자에게 열어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G와 LTE의 경우 이통 3사에서 상용화된 뒤 MVNO 사업자에게 망을 대여하기까지 통상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오는 9월 KB국민은행이 5G를 서비스한다면 5G가 상용화된 지 5개월 만에 망을 임대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KB국민은행은 금융사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부분도 타 MVNO 사업자에 비해 많다. 금융업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손질해야 할 정관도 많고 여러 규제에 대한 부분들도 점검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변경하려면 이사회를 거쳐야 하거나 금융감독원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신청 업무와는 별개로 사업부서에서는 대략적인 상품 종류와 판매 방식에 대해 윤곽을 만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모든 것을 ‘단순화’한다는 전략이다. 상품도 단순화하고 상품에 가입하는 방식도 단순화하겠다는 것이다.

알뜰폰 주요 사업자들이 은행 지점을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KB국민은행은 지점보다는 비대면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지점 개설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이 스스로 개통할 수 있는 방식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지점에 단말기를 비치하기보다는 유심 위주로 판매를 이어갈 예정이다.

KB국민은행 MVNO 사업 담당자는 “전반적인 과정은 디지털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라며 “많은 것을 단순화하고 셀프 개통이 가능한 편리한 구조로 생각하고 있다. 상품도 단순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점 판매보다는 모바일 판매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MVNO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MVNO 사업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저희가 고객에게 드릴 수 있는 이자가 제한적이고 수수료를 계속 감면해 준다고 해도 이미 많은 사람이 수수료 0원 혜택을 보고 있어 더 줄 수 있는 혜택이 제한적”이라며 “통신 서비스는 누구나 이용하고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정기 조회사에서 “대면 채널의 강점은 유지하고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그 대표주자가 혁신금융 서비스 1호 사업에 선정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기반의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지난 4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라 국민은행이 신청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기반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 안건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금융위 의결에 따라 국민은행은 혁신금융으로 선정된 알뜰폰 사업을 2년 동안 할 수 있게 됐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요금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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