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 가입자 수, 통신사 저가요금제 출시와 함께 급락

알뜰폰 후불 가입자 수 추이(IoT 회선 제외) /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뜰폰 후불 가입자 수 추이(IoT 회선 제외) /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통 3사가 저가 요금제를 내놓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알뜰통신 가입자 이탈이 심각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폭의 등락은 있지만 이통 3사가 신규 요금제를 대대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알뜰폰 후불 가입자 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알뜰폰 관계자들은 이통 3사의 신규 요금제를 알뜰통신 사업자에게 도매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회선 수를 제외한 알뜰폰 후불 가입자 수(순수 후불 가입자 수)는 지난해 5월 362만5000명, 지난해 8월 358만3000명, 지난해 11월 355만900명, 올해 2월 350만8000명, 지난 5월 348만6000명으로 줄어들었다. 가입자 수는 360만명 선을 유지하다가 최근 3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통상 후불 방식으로 추산한다. 알뜰폰 가입에는 선불과 후불 방식 모두 많이 사용되는데 선불 방식은 해지가 따로 필요 없고 중복 가입도 가능해 제대로 된 숫자를 파악하기 힘들다. 외국인의 경우 선불폰을 개통해놓고 다시 해외로 돌아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과기정통부가 몇 차례 이를 정리하기는 하지만 수시로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반면 후불 가입자는 실제 이용자로, 수시로 가입자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알뜰폰업계는 순수 후불 가입자가 감소한 이유를 지난해 이통 3사의 신규 저가 요금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KT는 데이터온 요금제를 출시했고, 이어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티프랜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월 이통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무제한 요금제로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8월에는 새로운 요금제 6종을 공개했다.

새로 출시된 이통 3사 요금제는 기존 데이터 중심 요금제보다 데이터를 많이 제공해 고용량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기존 가입자 다수가 새 요금제로 갈아탔고 새로운 가입자들도 새 요금제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이 요금제는 알뜰통신 사업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알뜰폰, 이통사 번호이동 현황 / 자료=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알뜰폰, 이통사 번호이동 현황 / 자료=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이동하는 흐름은 지난해 더욱 뚜렷해졌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전에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이동한 가입자 수가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를 넘어선 이후 1년 동안 동일한 추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5월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5만6423명이었지만, 올 5월에는 5만9462명으로 25%나 늘어났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7만1932명이나 옮겨갔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이통사가 지난해 5월부터 출시한 LTE 신규 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도매 제공해주지 않아서 이때부터 사실상 가입자가 이통 3사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도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LTE 데이터 도매대가는 메가바이트당 3.6원으로, 도매대가가 소매 요금과 경쟁이 안 되는데 어떻게 혁신적인 상품을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입자 이탈이 늘어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홈플러스가 알뜰폰 사업을 종료한 후 지난해 4월에는 이마트가 적자를 못 견디고 알뜰폰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 4위권인 이지모바일은 고객센터 운영 중단 등의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9월 파산신청을 했다.

남아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지속적인 적자와 가입자 확대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옮겨간 사람이 늘어나는 사이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을 한 이들은 14개월 연속 순감했다. 그 숫자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6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5월 전까지만 해도 알뜰폰 후불 가입자 수와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그러다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하향 그래프를 나란히 그리고 있다. 알뜰통신 사업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도매대가를 낮추고 신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개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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