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푸르지오 이달 초 사업설명회 마쳐, 잠원동아는 오는 22일 설계업체 선정 총회
골조 제외한 모든 것 철거 후 교체…설계기술 좋아져 동·향 배치도 재건축 못지않아
반포 내에서도 1급 입지, 각종 규제책에 게걸음 된 재건축 이긴 성공사례 될지 업계 주목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일대에 위치한 반포푸르지오와 잠원동아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일대에 위치한 반포푸르지오와 잠원동아가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준공 20년이 된 서울 서초구 반포푸르지오가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첫 단추 끼우기에 나섰다. 이달 초에는 소유주 대상으로, 지난 14일에는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상대로 한 사업설명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반포푸르지오 리모델링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수직증축을 통해 세대수를 현재보다 약 30세대 가까이 늘리고 이를 분양해 받은 수익으로 조합원의 추가분담금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각종 규제책과 조합 내 사정으로 정비사업 추진이 더딘 재건축 단지를 이기고 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하는 사업장이 될지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추진위는 이달 초 조합원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이 추진위가 택한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조합설립→시공사 선정→1차안전진단→건축심의→허가→이주 및 철거→착공→준공 후 입주 순으로 진행된다. 추진위는 조합설립인가부터 이주까지를 약 3년, 공사기간을 약 3년가량 잡고 총 6년 이내에 사업을 종료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가 리모델링을 택한 이유는 수익성과 무관치 않다. 반포푸르지오가 위치한 신반포로 한강변 측만 봐도 반포주공1단지(디에이치클래스트), 아크로리버파크, 반포경남(래미안원베일리) 등 재건축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하면서 국내 주택시장 시세를 이끄는 최고급 아파트로 이름나있다. 재건축으로 신흥 부촌이 형성된 것이다. 반면 해당 아파트는 신반포역과 도보 1분 거리로 접할 정도로 교통편이 우수한데다가 계성초교, 덜위치칼리지, 반포중, 세화중고교 등 학군이 뛰어남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며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 동일평형 기준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 보다 10억 원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준공 20년밖에 되지 않아 재건축 추진 연한까지 기간은 멀었음에도 낡고 부식된 배관과 누수, 결로 등으로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다.

추진위는 재건축 가능 연한까지는 십 수 년이 소요되는데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예전만 같지 못한 상황에서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꺼내들었다. 추진위는 현재보다 2층을 수직증축 해 얻은 추가세대수 29세대 가량으로 수익을 확보함과 함께, 주택규모는 현재 평형보다 약 20㎡ 가량씩 늘릴 계획이다.

신반포로에 위치한 또다른 아파트 잠원동아 역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이 단지 추진위는 지난 3월 말 사업관리자로 주성CMC를 선정했고, 오는 22일 총회를 열어 희림건축과 나우동인 가운데 하나를 설계업체로 선정할 예정이다. 지금의 속도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이 아파트 추진위는 반포지하상가와 연계한 설계, 3베이(전면창이 세 곳, 거실, 방2 구조), 인근 재건축 단지에 버금가는 각종 부대시설 등을 주요 설계 방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인근에 있는 잠원훼미리가 리모델링을 결정하고 시공사로 포스코건설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을 택하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자체에서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연한 증가, 각종 인허가 지연 등의 방법으로 재건축을 막고 있어 사업이 지체되면서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지만 리모델링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의 암초로 불리는 초과이익 환수도 적용받지 않는다. 임대주택 건설 의무비율은 물론, 도로이나 공원건립 용도의 토지 기부채납도 없어 수익성 확보에 매우 용이하다. 안전진단 통과도 재건축보다 받기 수월하다. 재건축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반면, 리모델링은 C등급 이상이면 가능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2015년 9조원에서 2020년에는 10조4000억 원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골조만 제외한 모든걸 철거하고 마감재와 전기설비, 기계설비 등을 새것으로 바꾸기 때문에 새 아파트나 다름없다”며 “재건축에 비해 평면도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도 옛말이다. 설계기술이 매우 좋아져 동 배치, 향(向)모두 변경 가능하다. 사업추진 기간은 재건축보다 월등히 단축되는 만큼, 입지좋은 강남권 아파트를 필두로 리모델링 사업장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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