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기사 내려달라는 스타트업 대표, 생존 걱정된다는 임블리···‘적반하장’ 태도가 스타트업 정신 해쳐

연일 사회면이 뜨겁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아이돌 오빠가 마약 투약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몇 년전에는 성매매 혐의로 언론을 뜨겁게 달구더니, 지금은 마약 혐의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절대 마약은 안했다’라고 강조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인걸까. 적반하장으로 결백을 주장하던 그는 결국 자백을 털어놨다.

적반하장이 유행이긴 한가보다. 최근 기자는 스타트업 임금 체불에 대해 취재했다. 몇 달씩이나 월급을 받지 못한 한 제보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경제지 인터뷰를 한 스타트업이었다. 대기업과 협업을 했다는 발언도 뉴스 기사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기존 인력들은 2개월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대표는 투자를 받아야만 월급을 지불할 수 있다는 말로 피일차일 지급을 미뤘다. 기계적 중립조차 필요없는 취재였다.

기사가 나가자 역시나 전화가 왔다. 그 대표는 “임금을 체불한 것은 맞지만 이미 충분히 혼났으니 기사를 내려달라”고 말했다. “기사 때문에 기존 직원들 임금을 줄 수 없게 됐다”는 적반하장식의 말도 덧붙였다. 순간 헷갈렸다. 기자가 임금을 체불한 줄 알았다. 노동부에 확인해보니 해당 행태는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기사를 내려줄 수 없다고 하자, 대표는 타깃을 제보자로 바꿨다. 제보자에게 밀린 월급을 줄테니 기사 삭제를 직접 요청하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제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체념한 제보자의 말을 듣고도 기사는 지워줄 수 없었다. 정의감보다는 스타트업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임금체불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이 안됐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지금도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패션 스타트업 임블리 사건 제보자도 만났다. 임블리는 곰팡이 쑥 에센스를 시작으로 명품 카피 옷, 허술한 CS응대, 동대문 상인 갑질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임블리 측은 소비자 의혹은 무시한 채 법적 대응이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보자들은 기자에게 “오히려 사과를 하지 않고, 거짓말로 대응하는 것은 임블리”라고 토로했다. 여론은 더 악화됐다.

결국 부건에프엔씨 임지현 상무는 지난 29일 “고객님들은 점점 실망과 함께 떠나고, 한때 VVIP였던 고객님은 대표적인 안티 계정을 운영하시고, 저희 제품을 파는 유통사는 고객 항의로 몸살을 앓고, 회사 매출은 급격히 줄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직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뒷수습에 지쳐간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생존을 들먹이기엔 너무 늦은 사과였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망한다.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보면 몇 번이나 사업에 실패하고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망해도 내가 망한다’는 식이다.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남탓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결국 ‘스타트업 정신’까지 해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적반하장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임금을 못받은 제보자’, ‘소비자’ 탓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