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 신한이 KB보다 더 적어
KB, 비은행 '폭풍성장'···향후 순위 '안갯속'
우리은행, 시중은행 1위 목표 물거품되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라이벌’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익을 거뒀다. 신한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관련 비용을 KB보다 적게 인식한 결과다. 다만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ELS 사태의 영향이 줄어드는 2분기부터는 실적 1위 향방을 알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신한금융은 26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회를 열고 당기순이익이 1조3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B금융의 1분기 순익은 같은 기간 30.5% 크게 줄어든 1조49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금융지주 실적 1위는 신한이 차지했다.
신한이 1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ELS 사태다. 지난해 하반기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가 3년이 지난 올해 만기가 도래하면서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ELS를 대거 판매한 주요 금융지주는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주기로 결정했고, 이에 투입되는 금액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KB금융은 ELS를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했기에 총 8620억원의 영업외비용을 처리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KB보다 6000억원 가량 적은 274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ELS 손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KB가 신한을 앞섰을 것이란 해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KB가 1분기 거둔 영업이익은 2조3554억원으로 신한(1조7905억원)보다 5000억원 넘게 많았다.
이에 2분기부터는 KB의 추격 기세가 거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KB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비은행 효자 계열사로 떠오른 KB손해보험의 1분기 순익은 292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1% 급증했다. KB증권도 같은 기간 40.8% 크게 늘어난 1980억원의 순익을 거뒀으며, 국민카드도 69.6% 급증한 1391억원을 올렸다.
반면 신한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는 부진했다. 전체 비은행 계열사의 1분기 순익의 총합은 49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5% 급감한 것이다. 비은행 사업의 핵심인 신한투자증권의 순익(75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3.7% 쪼그라든 탓이다. 신한캐피탈(643억원)도 같은 기간 30% 크게 줄었다.
실적 3위는 하나금융지주가 차지했다. 1분기 당기순익은 1조3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ELS 배상 관련 1800억원의 손실을 인식했다. 다만 ELS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1조5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다. 이자이익이 같은 기간 각각 2.1%늘어난 결과다. 다만 비이자이익은 8.5% 감소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1분기 당기순익은 8240억원을 전년 동기 대비 9.8% 크게 줄었다. 우리금융은 ELS 판매 규모가 작아 관련 손실도 미미했기에 부진한 성적이란 평가다. 실적이 줄어든 이유는 이자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이자이익이 감소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더불어 비용 항목인 대손충당금도 40.5% 늘어난 점도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의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이 세운 시중은행 실적 1위 목표도 사실상 달성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익은 7900억원으로 3위에 머물렀다. 우리은행은 ELS 손실 비용을 가장 적게 인식했지만 1위인 신한은행(9286억원)과 1600억원이 넘는 격차가 발생했다. 2분기부터 ELS 손실 액수가 줄어드는 만큼 우리은행이 1위를 차지하기엔 더욱 어려워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 초 시중은행 당기순익 1위를 달성하겠다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