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모 공장 근로자 A씨 “포스코 1%나눔재단 기부 거부 땐 파트장과 1:1면담까지”···“기부종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도
일각선 사측 조직적 모금에 대한 의구심도 불거져, 노조는 강제모금행위로 규정하고 사례 수집···포스코 “사실무근, 기부는 자율의사”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포스코 포항제철소 모 공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포스코1%나눔재단(1%나눔재단) 정기기부를 시작했다. 내심 썩 내키지 않았지만, A씨가 근무하는 공정 파트장의 종용에 못 이겨 기부를 결정했다. 처음 기부에 참여하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던 A씨는 이내 파트장과의 1:1면담을 하게 됐고, 결국 월 5000원을 포스코1%나눔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내 공정 파트장들이 기부를 종용해 빈축을 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종용을 넘어 사실 상 강요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불거진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공장장의 묵인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단순 기부가 아닌 ‘1%나눔재단’에 기부할 것을 종용하고 있어 회사 차원의 지시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1%나눔재단은 정준양 전(前) 포스코 회장이 재임 중이던 2013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같은 해 12월 31일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됐다. 급여의 1%를 공익을 위해 나누자는 취지다. 포스코 산하 26개 그룹사, 협력사 92개사가 나눔파트너사다. 최소 기부 가능한 금액은 5000원이다. 현재 재단 이사장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맡고 있다.

25일 A씨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1%나눔재단 기부권유는 특정할 순 없지만 비교적 근래부터 이뤄졌다”면서 “처음엔 거절했으나 점차 권유가 아닌 강제적으로 기부할 것을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권유치곤 매우 끈질겼다”며 “직장상사와 얼굴 붉힐 수도 없고 해서 마지못해 결국 5000원을 기부하기로 합의를 본 셈”이라고 덧붙였다.

기부 강요가 이뤄지지 않는 또 다른 공장 소속이라고 밝힌 제보자 B씨는 “생각 이상으로 기부종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자신들 파트만 이런 줄 알았는데, 공장 내 다른 파트에서는 물론 심지어 다른 공장에서도 비슷한 방법의 유사한 기부종용 사례가 있다고 공통적인 반응들을 보인다”고 전했다.

B씨는 시사저널e에 두 장의 ‘블라인드’ 캡처화면을 전송했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익명소통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가입 과정에서 소속회사 이메일을 통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해 특정 업체 구성원들 간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B씨가 전송한 화면은 블라인드 내에서도 포스코 구성원들만 접속 가능한 게시물이었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기부는 자발적으로 해야 의미 있다. 파트장의 압박과 강제로 (기부를)하니까 짜증난다. 개인적으로 외부에서 (기부)하고 있다 말해도 말은 자발적 독려라지만 완전 강제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게시물에 “1만원 하고 있던 거 자꾸 짜증나게 굴어 5000원으로 바꿨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방식의 기부종용이 이뤄진 까닭에 일각에서는 회사의 조직적 동원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헌정사상 초유의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이 자행됐던 ‘박근혜·최순실 스캔들’ 조사 과정에서 포스코가 함께 거론되며 많은 직원들이 기부를 중단했는데, 기부금을 재차 늘리기 위해 회사 차원의 조직력이 동원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익명소통 앱 '블라인드' 캡처화면 / 사진=제보자
익명소통 앱 '블라인드' 캡처화면. / 사진=제보자 B씨

1%나눔재단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기부금과 이자수익으로 구성되는 재단의 수익이 매년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85억7833만원이던 연간수익은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6년 81억6670만원으로 감소했다. 2017년과 지난해엔 각각 77억6418만원, 76억4235만원의 기부금이 걷혔다.

A씨는 “아무리 자율적으로 기부하는 것이라지만, 인사권을 쥔 공장장 앞에서 파트장들이 적극적으로 기부를 종용하는 것이 직원 입장에선 강제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정농단 당시 포스코가 연루되는 모습을 보며 내 기부금으로 정치헌금 내는 게 아닌가 하는 불만에 기부를 중단했었는데, 이번 종용으로 나 역시 재차 기부를 하게 된 케이스다”고 설명했다.

노조도 이 같은 기부종용을 강제모금행위로 규정하고 사례 수집에 나선 상황이다.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기부를 거부한 직원에, 독대면담을 요청할 정도로 맹목적이고 끈질긴 기부권유가 과연 강제성을 띠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더군다나 회사의 조직적 지시 없이 각 파트장들이 자발적으로 그랬다는 점도 쉬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포스코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시사저널e에 알려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경우 직원들의 기부금액만큼, 회사가 추가로 기부한다”면서 “이렇게 모금된 돈은 사회공헌을 위해 쓰인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독려나 강압은 절대 없었으며, 기부는 직원 개개인의 자율의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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