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봄 이용자 2014년 5만4362명에서 2018년 6만4591명으로 증가 추세
면접에서 선발된 아이돌보미, 80시간 교육·10시간 실습 거치면 활동 가능
여가부 “아이돌보미 양성·보수교육, 채용절차 기준 등 개선안 이달 중 발표 예정”

/사진=셔터스톡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도 덩달아 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 최근 출산한 워킹맘 김아무개씨(33)는 임신 초반 때부터 정부가 지원하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직장 어린이집에서는 0~2세 영아를 받지 않고, 민간 어린이집은 학대 등 각종 사고가 발생돼 정부 지원 서비스를 신청한 것이다. 김씨는 “주변 워킹맘들이 아이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미리 신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아이가 3살 때 신청했는데 5살 넘어서 해당 서비스에 선정됐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가정도 덩달아 늘고 있다. 다만 아이돌보미 인원이 수요에 비해 적다보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돌보미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돌보미 채용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아동 복지 증진과 보호자의 일·가정 양립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지난 2006년 시범 시작해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아이돌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비율의 이용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 워킹맘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률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률 통계에 따르면 2014년 5만34362가구, 2015년 5만7687가구, 2016년 6만1221가구, 2017년 6만3546가구, 지난해에는 6만4591가구가 아이돌보미 도움을 받았다. 아이돌보미는 2014년 1만7208명이었고 2015년 1만7553명, 2016년 1만9377명, 2017년 2만878명, 2018년 2만3675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아이돌보미를 육아보육과 여성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보고 올해 224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커지는 수요에 비해 제도 내실화는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돌보미에 대한 연령 제한 등이 없으며, 면접 과정에서 합격한 지원자들은 80시간의 양성교육과 10시간의 실습 교육을 받으면 아이돌보미 자격이 주어진다.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 및 돌보미 현황 / 자료=여성가족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자 및 돌보미 현황. / 자료=여성가족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문제는 총 90시간의 교육이 허술하다는 점이다. 면접 선발 과정도 신상이나 경력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만 주어질 뿐, 아이돌보미 관련 질문은 대체적으로 하지 않아 5분 내외로 면접이 종료된다.

아이돌보미 김아무개씨(62)는 “90시간 교육 과정에서 자리를 이탈한 교육자도 있었는데 모두 수료증을 발급 받았다”며 “면접도 5분 내외로 이력서 위주의 간단한 질문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돌보미 수가 적다보니 면접에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분들도 합격시키고 있다”며 “인원 수 늘리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10년차 아이돌보미 A씨는 “모든 기관의 관심은 아이돌보미를 신규 채용해 이용대기 중인 가구 수를 줄이는 것 뿐”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아이돌보미 관리와 교육에 신경 쓸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아이돌보미 수가 수요에 비해 적다보니 정부가 인원수 채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았다. 특히 직장인 부모들은 최근 아이돌보미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진 만큼 아이돌보미 교육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최아무개씨(33)는 “직장인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돌봄 서비스는 신의 서비스로 불린다”며 “정부에서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것이니 아이돌보미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맞벌이 부부여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를 아이돌보미에게 맡기고 있는데 최근 학대 사건을 접하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사건이 일어난 후 불안한 마음에 직장에서 틈틈이 아이돌보미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보미 김아무개씨(62)는 최근 아이 엄마에게 CCTV설치를 제안 받았다. 김씨는 “거실에 CCTV를 설치했으니 아이를 거실에서 봐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제안을 거절하면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아이돌보미들의 선발 교육 과정으로는 지원자가 아이돌보미로서 자격이 충분한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인데 90시간 교육은 짧다. 교육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대부분의 아이돌보미들이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데 이들이 아이돌보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올려주면서 체계적인 교육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보통 5살 전후로 인성, 심성 등이 발달되고 형성된다”며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아이돌보미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만큼 돌보미들이 아동심리, 아동발달 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을 다루는 일인데 정부가 질보다는 양으로 처리하려는 게 문제”라며 “아이돌보미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어렵다면 학부모 평가 등을 반영해서라도 그에 따른 급여 등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측은 “80시간 교육뿐만 아니라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교육을 아이돌보미들이 반드시 듣도록 해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아이돌보미가 여성의 일자리로서 쉽게 진입해 일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진입장벽을 높이면 국민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자격기준을 강화한다면, 그에 맞춰 아이돌보미 처우개선 등 예산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동안 아이돌보미로부터 발생한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 가정방문을 꺼리는데다, 모니터링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실태파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역에는 총 3500명의 유아돌보미가 있는 반면, 모니터링 요원은 4명뿐이다.

여성가족부는 “모니터링단을 늘리고 있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예방 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돌보미 사태와 관련 여가부는 이용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이달 안에 아이돌보미 양성·보수교육, 채용절차 및 결격사유 기준 등을 강화하는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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