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연임 실패···존재감 드러낸 국민연금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9.03.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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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한항공 주총서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
국민연금 반대표 큰 영향 미쳐
향후 국민연금 존재감 확대될 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64.1%의 연임 찬성표가 나왔지만 안건 통과 기준인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66.6%)에 소폭 못미치면서 부결됐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결국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졌더라면 조 회장의 연임은 무리없이 결정됐을 상황이었다. 이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이후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준 첫 사례로 향후 국민연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조양호 회장 표대결서 패배, 20년만에 경영권 내려놔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 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에서 특히 관심이 집중된 안건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었다. 

이날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선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동의가 필요했다. 대한항공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조 회장에게 확실한 우호 지분은 한진칼 등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33.35%의 지분이었다. 나머지는 외국인과 기타 기관, 소액주주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주총 결과 조 회장의 연임은 부결로 끝이났다. 출석 주주 중에서 조 회장의 연임을 찬성한 의결권은 64.1%였고 반대한 주주는 35.9%였다. 찬성표가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인 66.6%에 2.5%포인트 못 미치면서 부결이 된 것이다. 조 회장이 2.5%포인트 이상의 찬성 의결권만 확보했더라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로써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더불어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가의 영향력은 약해지게 됐다. 

◇ 국민연금의 표심이 결과 갈라···존재감 더욱 커질 듯

결국 이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불발에는 국민연금의 표심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에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만일 대한항공 지분 11.56%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날 찬성표를 던졌다면, 조 회장의 연임은 무리없이 통과 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반대표에서 국민연금 분을 빼서 찬성표로 넣으면 조 회장의 연임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날 결정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침이 다른 일반 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점도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요인이었다.

이번 결과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이후 기업 경영권에 영향을 준 첫 사례다. 이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297개에 달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주주총회 결과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가 실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는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스튜어드십코드를 이와 같은 방향으로 일관되게 행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향후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충분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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