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제6기 한진칼 주총에서 조양호 회장 측근 석태수 사내이사 연임 통과
한진칼 2대주주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안'도 부결···조 회장 횡령‧배임죄 확정되도 이사직 유지

29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 26층에서 한진칼 제6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석태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통과됐다. 반면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안은 부결됐다. / 사진=김성진 기자
29일 서울시 중구 한진빌딩 26층에서 한진칼 제6기 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관심을 모았던 석태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통과됐다. 반면,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안은 부결됐다. / 사진=김성진 기자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제6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통과됐다. 행동주의 펀드 KCGI 등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큰 표 차이로 석 대표의 연임이 결정됐다. 석 대표는 의장 자격으로 주총을 진행하며 “석태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5.46%로 가결됐다”고 본인의 연임 사실을 밝혔다.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안’도 부결됐다. 조 회장은 기존대로 횡령‧배임죄가 확정되더라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대한항공 주총에서 연임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상실했지만 그룹 지배력은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 측근으로 여겨지는 석 대표가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했고, 국민연금이 이사회 견제 수단으로 올린 이사 자격 강화 안건도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원태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가 걸린 내년 주총이 관건이란 관측과, 큰 변화가 없을 거란 전망이 엇갈린다.

◆ 대한항공 표대결과 달랐던 한진칼 표대결

앞서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부결됐다. 우기홍 대표이사는 “전 위임장과 현장에 오신 분들의 표를 사전집계한 결과, 총 참석주주 투표총수의 64.1%가 찬성해 대한항공 정관 상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1999년 선친 고(故) 조중훈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조 회장 연임 실패에는 국민연금 반대가 크게 작용했다. 대한항공 2대 주주로 11.56%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은 주총 전날 수탈자책임전문위원회의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임기 3년)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며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양호 회장. / 사진=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29일 열린 한진칼 주총은 대한항공과 달리, 모두 한진칼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진칼 3대주주(지분율 6.7%)인 국민연금이 제안한 ‘이사자격 강화안’은 찬성 48.66%, 반대 49.22%, 기권 2.04%로 집계돼 결국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국민연금의 이사자격 강화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만약 통과될 경우 조 회장은 강제로 사내이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현재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4호 의안으로 다뤄진 석태수 대표 사내이사 연임 건은 무난하게 통과됐다. 석 대표의 연임에 대해 찬성표가 65.46%, 반대표는 34.54% 나왔다. 석 대표는 본인의 연임 안건을 투표에 부치기 전 “그동안 성과도 있었고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사내이사로 선임해주신다면 투명하고 책임경영을 실현해 우리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KCGI는 “석 대표는 지난 2016년 한진칼 사내이사 재직 중 한진해운을 지원하며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상표권을 742억원에 양수했는데, 이는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안건 통과를 막진 못했다.

앞서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찬성 입장을 밝혔고, 국민연금도 석 대표 연임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석 대표 연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 대한항공 경영권은 잃었지만 지배력은 여전

조 회장이 일선 경영권과 이사회 자격을 상실했지만 그룹 지배력은 여전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그룹사 회장직 유지에는 변함이 없고, 최대주주 자리도 공고하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 회장 부자의 임기는 내년 3월 23일 만료된다. 이 때문에 관건은 내년 주총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이번 석 대표 연임에는 찬성했지만, 조 회장과 조 사장에 대해서는 어떤 자세를 견지할지 아직 예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두 주총을 통해 결국 KCGI보다는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훨씬 강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는 있다지만, 그에 대한 반발도 큰 상황이라 내년에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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