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오너들 주총서 ‘내려놓기’ 행보 눈길···경영권 유지 자신 있다는 방증

(왼쪽부터)최태원 SK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 사진=SK·한화·연합뉴스, 그래픽=디자이너 조현경
(왼쪽부터)최태원 SK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 사진=SK·한화·연합뉴스, 그래픽=디자이너 조현경

올해 대기업 주주총회와 관련, 오너들의 행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내려놓기’다. 사내이사 선임을 미루거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엔 각자마다의 셈법이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0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총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은 다뤄지지 않는다. 이부회장의 임기는 10월까지이기 때문에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선 이번 주총서 재선임을 받았어야 했다.

이 부회장이 재선임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직 국정농단 재판이 남아있는 상황 등을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완벽히 법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 전 재선임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도 대외 활동을 통해 오너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달 18일 집행유예가 만료돼 본격적인 경영 일선복귀가 가능해졌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각에선 집행유예에서 풀려난 그가 곧바로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점쳤지만 김 회장은 복심들을 내세웠다. 오는 27일 한화 주총에선 금춘수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다뤄질 전망이다. 금 부회장은 대표적인 김승연 회장 측근 중 한명이다. 금 부회장은 사내이사로서 향후 대전공장 사고 수습 등 주요 현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한 재계 인사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지만 바로 복귀하는 것은 김 회장으로서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오는 27일 주총에서 현재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직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권한을 완전히 분리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사회 의장만 갖고 있던 이사회 소집권을 대표이사에게도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원래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았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나 이재현 CJ회장 역시 올해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처럼 올해 주총에서 특히 주요 그룹 총수들이 권한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경영권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태원 회장, 김승연 회장의 공통점은 모두 특별히 어떤 직위를 당장 갖지 않아도 될만큼 안정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과 관련해 그다지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 수석부회장은 반대로 올해 특히 적극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차 사내이사 재선임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지난 15일 있었던 기아차 주총에서도 사내이사에 올랐다. 한 재계 인사는 “이번 현대차 및 기아차 주총은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가 갈 길이 바쁜 상황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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