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호 KTB네트워크 상하이사무소장 인터뷰
“中, 대규모 시장과 인재·기술력으로 스타트업 시장 가파르게 성장”
“국내 스타트업은 시장 한계 극복할 수 있는 혁신 기술력이 선제조건”
“글로벌 네트워크 있는 VC파트너 만나는 것도 중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상징한다. 세 기업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중국 경제를 이끄는 회사가 됐다. 이제 BAT는 충분한 자금으로 후배 스타트업을 투자, 지원하고 있다. 생태계가 선순환되자 중국 스타트업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젊은 인재들이 IT기업에 몰려들고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늘어났다.

홍원호 KTB네트워크 부사장(상하이사무소장)은 3월5일 시사저널e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13년간 펀드를 운영해오며 중국이 4차 산업혁명과 IT패러다임 변화를 한국보다 훨씬 더 빠르게 주도하며 이끌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중국 기업보다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사업적 노하우를 먼저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사장은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KTB네트워크는 2004년 국내 최초로 중국 투자 전용 파일럿 펀드를, 2016년 1000원 규모 차이나 옵티멈 펀드를 결성했다. 지금까지 4000억원 이상 ‘China Focusing’ 펀드를 결성해 2개 펀드를 청산 완료했고, 현재 2개 펀드를 운영 중이다.

KTB네트워크의 중국 진출 배경은.

KTB 네트워크는 국내 벤처캐피털(VC) 중에서도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다. 우리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는 ‘퍼스트 펭귄’ 성향이 강하다. 2000년 대 초반 중국 VC업계가 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한국 VC 중 첫번째로 중국 시장에 미리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KTB네트워크는 어떤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나.

최근 2년간 중국시장에서 주력했던 투자분야는 4가지다. 바로 인공지능‧빅데이터, 모빌리티, 신 유통산업, 바이오‧의료다. KTB 차이나펀드들은 중국 등 해외 60~70%, 국내 30~40% 정도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핵심적인 투자 전략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을 이끄는 선두 업체이거나 성장 잠재력을 가진 업체를 찾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산업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는 업체들을 선호한다. 펀드의 제일 중요한 목표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한 업체를 발굴하여 투자해 유니콘 기업 투자 트랙을 확보하는 것이다. KTB는 올해 3월 기준 중국에서 유니콘 기업 8개에 투자한 기록을 보유 중이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시장은 어떠한가?

2014년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 만인혁신’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창업을 장려 지원한 결과, 하루에 창업기업들이 1만개 이상 생겨났다. 세계에서 가장 창업이 활발하고 역동적인 국가가 된 셈이다. 특히 중국 최고 인재들이 스타트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 수재들은 공대 진학을 선호한다. 공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은 바로 창업을 하거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이들이 미국에서 학위 취득 후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현지 IT회사에서 일을 하다 중국으로 돌아와 새로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 참여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과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차이점은.

중요한 차이점은 3가지다. 이 3가지 요인이 인재들이 중국 스타트업으로 몰릴 수 있게 하고, 생태계를 선순환시킨다고 생각한다. 먼저 중국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규모가 크다. 인구는 13억명이고 그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만 7억명 이상이다. 중국 디지털 시장은 하나로 통합됐다. 예전처럼 지역별로 분할되지 않는다. 한 지역에서 사업 모델과 수익성이 검증되면, 전 지역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중국 전 지역으로 사업을 키우게 되면 매출이 크게 오르고,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진다. 중국 스타트업들은 한국 스타트업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밸류에이션 적용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BAT의 투자와 지원이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차세대 혁신 스타트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하고 있다. 몇 조원 규모 자금으로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로봇 등 차세대 기술과 새로운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들을 투자하고 인수한다.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투자한 회사들을 적극 지원한다. 스타트업들에게 BAT의 투자자금 유치는 성공으로 가는 보증수표이며, 창업자들에게 좋은 투자회수(Exit)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막대한 자금 펀딩 기회이다. 중국 로컬 VC 뿐 아니라, 글로벌 VC와 사모펀드들이 중국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들은 한국 기업보다 몇배, 몇십배 큰 규모의 펀딩 기회가 주어진다.

중국 VC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는.

최근 한국 벤처투자동향을 보면 바이오 분야 산업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중국 VC들은 IT, 제조,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는 추세다. AI, 빅데이터, 로봇, 자율 주행, 핀테크, O2O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신산업에 많이 투자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 글로벌 스타트업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국내 시장은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구조적 성공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취악하다. 즉 국내 시장 규모가 작고, 대규모 펀딩이 어려우며, 네이버나 카카오 등 한국의 대형 인터넷 자이언트 기업들의 투자 및 인수와 지원도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일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시장은 기본적으로 로컬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시장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4차 산업 핵심 기술 산업에 있어서도 최고의 인재들이 스타트업 쪽으로 가기 쉽지 않은 사회적 여건이라 생각된다. 오히려 이러한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 창업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바이오 이외에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부문에서 한국에서 경쟁력 있고 잠재력 있는 걸출한 스타트업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은 매우 힘들다. 대기업에 비해 인력, 조직, 자금 면에서 열세한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기는 체력적으로 버거운 일이란 걸 많이 경험했다.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일단 새로운 분야의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는 기술적, 사업적 노하우를 가져야한다. 확실한 차별성과 경쟁력 없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무모한 시도다. 특히 중국 시장은 신뢰 할 수 있고 협력 가능한 현지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발한 기술에 대해 현지에 넘겨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 없이 기존 개발 기술에만 의지해 해외에서 성공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한 VC의 역할은.

국내 VC부터 스스로 글로벌 VC가 돼야 한다. 글로벌 투자사들과 협력하고 해외 유니콘 기업들에 대한 투자 경험을 쌓아야 한다.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억불이 넘는 자금을 펀딩, 지원해야 한다. 국내 VC 중 성장단계에서 이 정도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KTB네트워크에서 투자한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해외 VC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했고, 최근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해외 투자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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