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 이유로 기소중지…前재산관리팀 총괄 임원 등 4명은 불구속 기소

/ 그래픽=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85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주택 공사비 등으로 33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다만 검찰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했다.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직원들은 불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는 지난 3월 경찰이 송치한 이 회장의 차명계좌 222개 이외에 260개 차명 증권계좌(명의자 235명)를 추가로 적발하고, 이 회장이 2007년, 2010년 귀속분 양도소득세 85억원을 포탈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아서 생긴 차익에 대해 부과된다. 대주주에게만 부과되는 주식 양도소득세는 20%인데, 이 회장이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보유·매매해 세금을 고의로 내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양도소득세 포탈세액 규모는 회계연도 기준 2007년과 2010년에 각각 21억6000만원과 42억4000만원이다. 여기에 검찰이 추가로 적발한 260개 차명계좌에서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2007년 이후 13억 7000만원의 탈세가 추가됐다. 또 전체 양도소득세에 10% 세율로 부과되는 지방세가 더해졌다.

차명계좌들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이 회장은 특검 이후에도 계좌를 유지해왔으며 자산 규모가 2011년 기준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찰은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특검 당시 차명계좌가 밝혀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특검을 앞두고 차명계좌를 분산 보관하다가 깜빡하고 못 챙겨서 제출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이 현재 조사가 불가능한 건강 상태임을 고려해 시한부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검찰은 이 회장의 재산관리팀 총괄임원을 맡았던 전용배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특가법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이 회장의 공사대급 대납 횡령 범죄도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이 회장이 2009년~2014년 일가 주택 공사 비용 33억원을 삼성물산(주)의 자금으로 대납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삼성물산이 도급을 준 것처럼 가장해, 삼성물산 자금으로 이 회장 일가 주택 공사업체에 공사대금이 지급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책임자 3명을 특경법위반(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사건에서도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유사성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규명했으나, 당사자인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몰래 촬영한 성매매 영상으로 이 회장 측을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던 전직 CJ제일제당 부장 선아무개씨는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선씨는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 회장 자택과 계열사 고위 인사 명의의 논현동 빌라를 출입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유사 성행위 영상을 몰래 촬영하도록 시키고, 이를 빌미로 이 회장 측에 접근해 2차례에 걸쳐 총 9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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