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기관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 문제 대통령이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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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기관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 문제 대통령이 풀어야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8.11.27 12: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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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방식은 노동자 처우 및 노동권 개선 어려워…상시·지속 업무 원청 직고용 필요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든 일부 자회사에서 저임금과 중간 이윤 착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공공기관 자회사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에 머물렀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든 자회사는 원청 공공기관 출신 퇴직자들의 재취업 창구로도 이용됐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원청의 직접 고용이 필요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제대로 된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방식은 민간기업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그만큼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방식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공기관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사회양극화로 인해 사회 통합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며 “최대 사용자인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한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제대로 대우하면서 노동존중사회를 구현하고, 공공부문 경영혁신이 효율성과 함께 인간중심성을 혁신의 목표로 격상해야 한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 현장의 목소리는 정부 취지와 달랐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파견·용역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 된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렀다. 현장 노동자들은 설립된 자회사에서 저임금과 중간착취가 기존 용역회사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현장에서는 불법파견 의혹도 일어났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해 말 자회사 여수광양항만관리(주)를 세워 특수경비용역 비정규직 직원 1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여수광양항만관리지부장은 “현재 우리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 보다 255원 많은 7786원을 받고 있다. 연장 근로와 심야수당을 제외하면 월 180만원에 불과하다”며 “자회사 전환 후 자회사의 관리자가 늘어나면서 예산이 낭비됐다. 자회사 사장 1명과 관리직 5명을 채용해 연간 2~3억원 이상 비용이 발생해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비용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와 매년 위탁용역 계약을 맺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의 현장 노동자 2500여명도 최저임금에 머물러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계획에서 자회사로 분류돼 직접고용 대상에서 빠졌다.

박정석 공공운수노조 우체국시설관리단지부장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청사경비에 지급한 금액의 60% 정도만 노동자에게 돌아간다. 나머지는 중간 단계인 우체국시설관리단지에서 각종 일반관리비, 이윤, 부가가치세로 빠진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고 말했다.

특히 원청인 우정사업본부는 하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는 상황임에도 우체국시설관리단으로부터 우정사업본부 직원 복지 향상 등에 18년간 320억원을 지원받아왔다.

공공기관 자회사는 원청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재취업 창구로도 이용됐다. 현재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이사장 등 고위직에는 우정사업본부 출신 14명이 재취업해 일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은 이러한 문제를 보이고 있는데도 곳곳에서 진행중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잡월드는 비정규직 강사 직군 노동자 275명을 ‘한국잡월드 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려 하고 있다. 이에 150여명의 강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반대 투쟁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은 자회사 노동자들이 원청인 공공기관에 대해 단체교섭 등도 할 수 없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자회사의 1년 예산을 책정함에도 현재 법 상 자회사 노동자들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없다. 원청 사용자는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들이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근거는 지난해 정부의 가이드라인이었다. 당시 가이드라인은 ‘파견·용역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자회사 전환 방식을 열어 놨다.

자회사 방식의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규직화 자회사 방식을 공공기관 노사에 맡기고 방관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개별 공공기관에 맡기면 사회적 소모가 커지고 문제 해결은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았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했다.

상시·지속적 업무는 원청 기관이 직접 고용하고, 제대로 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노동자들의 노동이 존중 받을 수 있다. 양극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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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열 2019-04-27 01:16:44
좋은기사네요.
대통령님이 나서서 강하게좀 밀어부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