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회 “사측 노노갈등 조장” 주장···잡월드 사측 “노조 간 이견 때문” 반박
단체교섭도 지연···자회사 정규직화 이후에도 ‘최저임금’ 등 여건 여전해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8년 11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인도에서 직접고용 전환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잡월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18년 11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 인도에서 직접고용 전환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잡월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노사 갈등이 다시 터져 나왔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했던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상생발전협의회가 6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잡월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 복지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을 겪고 있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잡월드에서 상생발전협의회가 열리지 않고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잡월드 내 두 개 노조가 상생발전협의회의 노측 위원 자격을 두고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서로 자신이 과반수 노조라는 이견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원청인 한국잡월드와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가 노노갈등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잡월드 대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인 한국잡월드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집단 단식농성을 했다. 반면 잡월드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잡월드는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노동부는 잡월드에 출연금을 지원한다.

정규직화 방식에 따른 노사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건 정부였다. 2017년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파견·용역은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직접고용·자회사 등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자회사 전환 방식을 열어 놨다.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회사 정규직화와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한 직접고용 논의는 해당 기관 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 노사 및 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정규직화 방식의 모범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사기업 노사도 주목하는 사안이다.

◇ 2020년까지 고용·처우 개선 방안 마련 약속하고도 공식 협의 없어 

잡월드 노사는 결국 2018년 11월 30일 한국잡월드 분회 조합원들을 한국잡월드의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노사는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해 2020년까지 고용과 처우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때까지 바람직한 기관 발전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우선 자회사로 정규직화 한 후 2년 동안 직접고용과 자회사 형태 가운데 무엇이 나은지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노사 합의가 미봉책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국 노사 합의 6개월 후 여러 갈등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직접고용 등을 논의하기로 한 상생발전협의회는 6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임금과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노사 간 단체교섭도 열리지 않고 있다. 잡월드 노사의 단체교섭과 상생발전협의회가 늦어지면서 잡월드 노동자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잡월드에서 상생발전협의회와 단체교섭이 열리지 못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잡월드 내 두 개의 노조가 서로 자신이 과반수 노조라며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잡월드파트너즈 안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지난해 직접고용을 위한 투쟁에 나서 11월 30일 한국잡월드와 합의문을 이끌어 낸 공공운수노조 산하 한국잡월드 분회(잡월드 분회)가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 노사 합의 직전에 만들어진 한국잡월드 노조(잡월드 노조)가 있다. 잡월드 노조는 지난해 직접고용을 위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인원들로 이뤄져있다. 잡월드 분회에는 현재 약 150명의 노동자가 가입해 있다. 잡월드 노조에는 40여명의 노동자가 가입해 있다.

현재 두 개 노조는 상생발전협의회 노측 위원 구성 자격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잡월드 분회는 지난해 11월 한국잡월드와 합의한 당사자로서 노측위원을 구성했다. 그러나 3월 19일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는 노측 위원을 다시 선출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잡월드 분회의 노측위원 3인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잡월드 노조가 본인들에게도 노측 위원 구성 자격이 있다며 노측위원 재선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까지 상생발전협의회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잡월드 분회는 상생발전협의회의 노측 위원 구성은 합의와 서명의 주체인 한국잡월드 분회 구성원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영희 한국잡월드 분회장은 “노측위원 구성은 합의와 서명의 주체인 한국잡월드분회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한 처우개선은 당연히 한국잡월드에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들 위한 것이 맞으므로 모두에게 이로운 제대로 된 조직진단을 위한 최선의 운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윤석 잡월드 노조 위원장은 “우리도 잡월드 노동자로서 노측위원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합의서에도 노측 위원은 잡월드파트너즈 재직자 중 선출한다고 돼있다”며 “잡월드 분회와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도 상생발전협의회에 참여해야한다”고 말했다.

잡월드 내 두 개 노조는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박 분회장은 “지난해 노사 합의서대로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2020년까지 조직진단하고 노동자들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 고용 가운데 더 나은 형태를 논의해야 하지만 이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처우 개선과 함께 직접고용을 위한 조직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오 위원장은 “이미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된 상황에서 직접고용을 주장할 계획은 없다”며 “자회사가 발전해 노조원과 구성원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잡월드 내 두 개 노조, 서로 과반수 노조라며 ‘이견’

두 노조는 서로가 과반수 노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업장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이 가입한 과반수 노조는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대표 자격을 갖는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동의의 주체가 된다. 근로시간, 휴일, 휴가 관련 여러 제도를 도입하는데 서면 합의의 당사자가 된다. 과반수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과반수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사업장내 비조합원에게도 확대 적용된다.

2018년 12월 7일 단체교섭 요구 당시 잡월드 분회는 조합원 숫자를 26명으로 통보했다. 분회가 신고한 26명은 2차 정규직 전환 대상자(2019년 전환)를 제외한 1차 정규직 전환(2018년 전환) 대상자 숫자였다. 당시 잡월드파트너즈 소속이 아니고 용역회사 소속이었던 2차 전환자들은 제외한 것이다. 반면 잡월드 노조 측은 당시 잡월드파트너즈 소속이 아니고 용역회사 소속이었던 2차 전환자인 강사 직군까지 포함해 27명으로 통보했다.

이에 잡월드 분회는 단체교섭 요구 당시 잡월드 노조의 노조원(1차 전환자 대상)이 6명이었다며 자신들이 과반수 노조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난 1월 15일 잡월드 파트너즈 사무실에서 진행한 잡월드파트너즈, 잡월드 분회, 잡월드 노조의 3자 대면에서 3자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분회장은 기자에게 당시 3자 대면 대화의 녹취록을 보여주면서 “1월 15일 3자 대면에서 잡월드 노조 스스로 교섭 통보 당시 노조원이 6명(1차 전환대상자)이었음을 확인했다. 잡월드 노조 오윤석 위원장이 교섭 통보 당시 강사직군을 제외하면 6명이라고 말했다”며 “이에 잡월드 분회가 제 1노조로서 교섭권을 갖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오 위원장이 잡월드파트너즈 인사노무 담당자와 부장 앞에서 구두로 확인했다. 이에 잡월드파트너즈는 이후 교섭 상견례에 대해 문제없이 진행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분회장은 “그러나 잡월드 노조는 1월 22일 말을 바꿔 자신들이 과반수 노조라고 주장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잡월드 노조의 주장 논리대로 하면 단체 교섭 요구 당시 잡월드 분회는 170명의 조합원 통보가 가능했다”고 했다.

이에 오윤석 위원장은 “1차 전환 대상자든 2차 전환 대상자든 시기는 다르지만 어차피 잡월드파트너즈 소속으로 전환이 된다. 당시 전환이 안됐던 2차 대상자라고 해서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 당시 노동자들은 각 7개로 소속된 용역회사의 계약 만료 시점에 따라 1차 전환 대상자(2018년), 2차 전환 대상자(2019년)로 분류됐었다. 2018년 12월 7일 두 개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 당시 잡월드파트너즈 소속은 1차 전환자까지였다. 2차 전환자는 당시 용역회사 소속이었다.

◇ 잡월드 분회 “잡월드가 노노갈등 조장”···잡월드 “노조 간 문제”

한국잡월드 분회는 상생발전협의회와 단체교섭을 지연시키는 근본 문제는 한국잡월드와 자회사인 한국잡월드파트너즈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 합의 사항인 상생발전협의회 이행을 위한 실질적 노력 없이 오히려 노노 갈등을 조장하면서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 논의를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박 분회장은 “잡월드파트너즈는 한국잡월드 분회가 노조법에 따라서도 과반수 노조가 명확함에도 인정하지 않고 책임회피로 단체교섭을 지체시켜 노노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한국잡월드분회의 노측위원 선출도 인정하지 않고 상생발전협의회 노측위원을 재구성하라고 촉구하며 1분기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에 잡월드 관계자는 “잡월드는 잡월드파트너즈 내부 노노 갈등을 조장한 적이 없다”며 “쟁점이 되는 노측 위원 선출은 노측의 자율적 결정사항으로 잡월드가 관여하기 어렵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3차례 양 노조와 대화를 주선했다. 당초 합의서에 따라 상생발전협의회가 잘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잡월드파트너즈 관계자는 “회사는 두 노조 사이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잡월드파트너즈가 노노갈등을 조장한다는 주장에는 할 말이 없다. 잡월드파트너즈는 상생발전협의회와 단체교섭의 해태 의도가 없다”고 했다.

이에 박영희 분회장은 “잡월드 문제는 정부의 정규직화 방침에 따른 것으로 상생발전협의회가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 잡월드가 풀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또한 고용노동부도 산하기관인 잡월드에서 합의서에 따른 상생발전협의회가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금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풀지 않고 있다. 이에 직접고용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열악한 임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영미 고용노동부 공정채용기반과 관계자는 “잡월드가 노동부의 산하기관이지만 노측위원 선임을 두고 노조 간의 이견에 한 쪽에 양보를 요청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상생발전협의회를 더 이상 지연시켜선 안 된다. 최대한 빨리 해결되도록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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