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 인수 성공으로 자산규모 앞서…아시아 리딩뱅크 도약에도 나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9년간 지켜온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에 성공하는 등 리딩뱅크 탈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원 신한(One Shinhan·하나의 신한)’을 통해 2020년까지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인 2001년 9월 국내 두 번째 금융지주로 출범했다. 신한은행, 신한증권, 신한캐피탈 등 신한 계열 금융사의 지분 이전으로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엔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이후 조흥은행, 제주은행, LG카드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신한금융이 최근 10여 년간 M&A 시장에서 이렇다 할 활동을 보이지 않는 사이 경쟁사인 KB금융은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결국 신한금융은 지난해 KB금융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조용병 회장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승부수, 통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조용병 회장은 최근 승부수를 던졌다.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다. 결국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인수 금액은 2조2900억원(지분 59.15%)으로 LG카드(현 신한카드, 7조2000억원)와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3조40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큰 신한금융의 M&A다.

이번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탈환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이 1조7956억으로, KB금융(1조9150억원)보다 1194억원 적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이 3402억원인 점을 감안할 경우 KB금융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지분 59.15%를 적용해 지분법상 이익만 따져보면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은 한 해 200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인수를 통해 자산 규모 기준에서는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앞서게 됐다. 6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총 자산은 453조3000억원으로, 463조3000억원인 KB금융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오렌지라이프 자산 31조5000억원을 더하면 484조8000억원으로 늘어 KB금융을 넘어서게 된다. 다만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기까지는 오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기업문화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리딩뱅크 도약에 나서는 신한금융

조 회장은 최근 열린 창립 17주년 기념사에서 “원 신한(One Shinhan·하나의 신한)을 2020 스마트 프로젝트의 새로운 추진동력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2020 스마트 프로젝트는 조 회장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그룹의 중장기 전략으로 2020년까지 신한금융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는 “원 신한은 그룹사의 단순한 합(合)이 아니라 신한의 차별적 경쟁력”이라며 “전 임직원의 지식과 경혐, 역량을 한 데 모아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금융을 고객들에게 제공하자”고 밝혔다.

현재 조 회장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산운용 부문이다. 신한금융은 올해 초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금융투자-생명 3사의 고유자산 운용담당 조직을 통합한 매트릭스 형태의 GMS(Global Markets & Securities) 사업부문을 출범시킨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GMS 사업부문 비전선포식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본시장 환경에서 그룹의 핵심사업이자 신(新)성장 동력으로서 GMS 부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신한 GMS가 ‘Asia Leading Trading Group’의 비전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의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하며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을 경험한 바 있다. 자산운용에 있어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오렌지라이프 인수 역시 자산운용 부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원 신한을 위해 지난해 7월 신한금융그룹 GIB(그룹&글로벌 투자은행)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GIB 사업부문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IB그룹으로 구성된 CIB(기업투자금융)에 신한생명과 신한캐피탈을 편입시킨 매트릭스 형태 조직이다. 조 회장이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도입해 이제 1년이 됐다. 특히 출범 1년 만에 분기 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며 한국형 투자은행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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