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간기관 등 추산 수조원, 재검토 필요해”…강석호 “예산정책처에 별도 비용추계 의뢰”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일방적 국회비준을 반대한다며 손피켓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가운데 이를 두고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비준동의안과 함께 제출된 비용추계서에 대해 야당은 ‘비현실적 재정’‧‘꼼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판문점 선언 이행 관련 내년도 예산은 올해 예산이었던 1726억원에 2986억원이 추가된 4712억원이다. 올해 편성됐던 예산은 매년 약 1700억원을 편성하고도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불용 처리해 온 남북교류협력 예산이다. 

이들 예산은 남북 간 철도‧도로 현대화(2951억원), 산림협력(1137억원), 사회‧문화‧체육 교류(205억원), 이산가족 상봉(336억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83억원) 등에 사용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부 철도·도로의 북측 구간 개·보수 등 사업들은 1087억원은 차관 형식으로, 교류‧협력 사업은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번 비용추계서 규모가 지난 추계자료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부가 지난 2008년 국회에 제출한 ‘2007년 10·4 선언 합의사항 소요재원 추계’에서는 예산이 14조30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이중 철도‧도로 개‧보수 사업 등 관련 예산은 8조6700억원이었다.

미래에셋대우와 씨티그룹이 추산한 북한 철도‧도로 사업 비용도 각각 112조원(철도 57조원, 도로 35조원), 70조8000억원(철도 70조원, 도로 8000억원)이다. 또한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4년 북한 인프라 투자 비용도 153조원이었다.

이렇듯 기존의 추산 비용과 정부의 비용추계가 큰 차이를 보이자 제대로 된 추계가 아니라는 지적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비준동의를 위해 비용추계를 축소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용추계 축소가 아니라면 정부가 전체 사업규모와 사업 기간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검토 없이 제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야당은 ‘1년 비용추계’만을 제출한 정부의 ‘무성의함’에 강력하게 비판하는 분위기다.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의 첫 관문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강석호 위원장도 정부의 비용추계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 위원장은 12일 “정부가 제출한 비용추계에는 내년 예산만 담았기 때문에 현재는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 같지만 향후 판문점선언 이행을 계속하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판문점선언의 비용추계에 내년 예상 비용만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예산정책처에 판문점선언에 따른 비용추계를 별도로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정부‧민간기관이 추산한 금액과 정부의 비용추계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정확한 비용을 검토한 후 처리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정부의 비용추계안은 구체적인 재정추계가 아닌 만큼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에 따른 ‘중대한 재정적 부담’의 근거가 되기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준동의안의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정부 비용추계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준안에 제시된 예산추계도 당장 필요한 예비적 소요만 제시한 데 그쳐 전체 비용은 감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를 향해 ‘정치적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비용추계가 2018∼2019년분에 대해서만 됐고, 통상 중장기사업은 5년, 10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부분의 비용추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준동의안에 대한 국회 외통위에서 철저한 심사가 필요하지만, 정당들이 당리당략이나 이념적 잣대 등으로 정쟁을 일삼지 말아야 한다면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 정부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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