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와 설사 증상, 2일 이상 지속 시 진료 필요…물은 끓여 마셔야

그래픽=셔터스톡
폭염에 이어 최근 폭우로 식중독 확산 우려가 늘고 있다. 장마철 습한 기후에서 식중독균이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손 씻기와 익혀먹기, 끓여먹기 등으로 식중독을 예방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최근 전국에 몰아닥친 폭우로 인해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질병이 식중독이다. 식중독이란 식품 섭취에 연관된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 또는 유독 물질에 의해 발생하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을 지칭한다. 일반인들이 식중독과 혼동하는 질환으로 장염이 있다. 장염은 대장이나 소장에 염증에 생긴 것을 말한다. 대개 음식 섭취와 관련 있고, 식중독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름철 식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30도를 육박하는 고온과 장마철로 인한 습한 기후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기후는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환경이다.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다니는 쥐, 바퀴벌레, 모기들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식중독은 원인에 따라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과 화학물질에 의한 식중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생물에 의한 식중독은 세균성 식중독과 바이러스성 식중독으로 구분한다. 다시 세균성 식중독은 독소형과 감염형으로 세분된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에는 동물성, 식물성, 진균성(곰팡이류) 자연독과 인공 화합물이 있다. 이 중 세균성 식중독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의 90% 이상이 세균성 식중독이다. 장염비브리오, 황색포도구균, 살모넬라균이 대표적 원인균이다. 보고되는 수는 적지만 치명적 보톨리누스균 식중독이나 장관출혈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도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식품의 저온 유통이 많아져 Yersinia나 Listeria 등 저온 세균에 의한 식중독도 보고된다. 

 

특히 비브리오균은 9월까지 집중 발생하는데, 해수 온도가 15도 이상이 되면 증식하기 시작해 20~37도에서 빠르게 증식해 많은 어패류를 감염시킨다. 이 때 바닷가에서 채취한 생선이나 조개, 굴 등을 익히지 않고 섭취하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비브리오균 중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에 의한 감염은 치명적이다. 비브리오 패혈증을 유발하는 이 균은 구토, 설사 등 장염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다가 피부 반점 물집, 전신통증과 함께 팔다리 괴사가 일어나며, 증세가 심각해지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또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은 분변에 오염된 물, 오염된 지하수로 세척한 야채, 도축과정에서 오염된 육류 또는 완전히 조리되지 않은 식품에서 발생한다. 고온에서는 대장균이 급속도로 증식할 수 있어 식중독 주요 원인균으로 꼽힌다. 

 

식중독의 일반적 증상은 구토와 설사, 복통, 발열 등이다. 원인 물질에 따라 잠복기와 증상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음식물에 독소나 세균이 섞여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를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 독소가 상부 소화관에 있는 경우 구토를, 하부 소화관에 있는 경우는 설사를 통해 체외로 배출시킨다. 

 

김선빈 고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일 이상 지속되며 하루에 6~8회 이상 설사를 하거나 대변에 혈흔이 발견되는 경우, 2일 이상 배가 아프고 뒤틀리는 경우, 소변양이 급격하게 줄거나 하루 이상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열이 동반된 설사로 체온이 38도 이상인 경우, 시야가 흐려지거나 근력저하 및 손발 저림 등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식중독 치료는 대증요법으로 별다른 치료 없이도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세가 심각하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설사나 구토가 계속되면 탈수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 체액 및 전해질 손실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수액보충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는 따뜻한 보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어 수분을 보충해주거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음식물 섭취가 가능한 상태라면 미음이나 죽과 같은 유동식을 조금씩 자주 먹고 커피, 코코아, 콜라, 우유 등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지사제는 함부로 사용하면 장 속 독소나 세균 배출이 늦어 회복이 지연되고 경과가 나빠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식중독 환자는 보존적 치료 하에 합병증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유아나 노인 또는 만성질환자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에 유의해야 한다”며 “장출혈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환자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사망할 수 있기에 진료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는 3대 원칙을 정했다. △손 씻기 : 손은 30초 이상 세정제(비누 등)을 사용해 손가락, 손등까지 깨끗이 씻고 흐르는 물로 헹구기 △익혀먹기 : 음식물은 속까지 충분히 익혀먹기(중심부 온도가 75도), 1분 이상 △끓여먹기 : 물은 끓여서 마시기 등이다.  

 

김 교수는 “나들이, 학교 현장 체험 학습, 야유회 등을 갈 경우 준비해 간 김밥, 도시락 등 식품은 아이스박스를 사용하는 등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