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부족했던 자금…금융당국 “중소벤처 지원하라는 취지”

KDB산업은행이 정부 지원으로 자금을 채운 가운데,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실시해왔다는 비판을 벗어나 중소기업 지원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다./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자금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해오던 KDB산업은행(산은)이 결국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실탄을 채운 만큼, 그간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실시해왔다는 비판을 벗어나 중소기업 지원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내년도 예산으로 산은에 5000억원을 신규출자한다고 밝혔다. 또 산은의 중소벤처·중견기업 성장지원펀드 조성을 위해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30.5% 늘어난 30조1000억원으로 잡았는데, 2% 수준인 6000억원을 산은에 투입하는 것이다.

◇부실대기업 떠맡다 ‘대기업 중심’ 비판 받아…이동걸 회장 “중기 지원하려면 자금 필요”

이번 신규출자는 산은의 혁신·중소벤처기업 지원과 경영 정상화를 돕기 위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기간산업에 대한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혁신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을 원활히 공급하게끔 하는 출자”라고 설명했다.

경영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는 산은이 올 상반기 한국GM과 금호타이어, STX조선 등 부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떠맡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산은은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자금 여력이 넉넉잖은 상태에 처했다.

채권단 또는 주요 주주로서의 역할이었지만 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을 실시했다는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이동걸 산은 회장이 2021년까지 중소벤처·중견기업 자금공급을 40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 올 들어 중소벤처기업에 신경 쓰기보다 부실 대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는 지적이다. 산은은 상반기 한국GM 한 곳에만 8317억원 가량(7억5000만 달러)을 지원했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위한 정책금융 개선방안’ 토론회에선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대기업 지원 기능에 역점을 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산은은 지난 7월 중소기업 200곳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재차 강조하기 시작했지만, 자금 부족이 문제가 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7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선 자금 여력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에서 단돈 1원도 지원을 안해주는 상황”이라며 자금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이후 산은 측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음을 강조해왔다.

◇산은, 곳간 사정 나아졌다…중소기업 지원 성과 보여줘야

따라서 이번 신규출자로 자금이 확보된 만큼, 산은은 중소기업 정책금융 성과를 보여줘야 할 책임을 안게 됐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자금이 필요함을 줄곧 강조해왔고 금융당국 또한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늘리라는 명목으로 출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2021년 40조 투입’ 계획으로 높아진 중소기업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게 우선적이다. 이 회장은 당시 “2021년까지 중소벤처·중견기업 자금공급을 40조원으로 늘리고, 비중도 62%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산은이 한 해동안 중소기업에 배정한 금액은 26조원이다.

이를 4년에 걸쳐 40조원까지 늘리려면 매년 지원 금액을 상당 폭으로 늘려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40조 투입 계획이 정확히 얼마만큼 이행됐는지 정리가 안 된 상황이지만, 11월 중 취합해 공개할 예정”이라며 “중소기업 지원금을 차차 늘려갈 예정이다. 이번에 정부로부터 받게 된 출자의 상당 비중이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의 성과를 보여줄 첫 번째 카드는 ‘성장지원펀드’가 될 전망이다. 성장지원펀드는 신성장 분야 중소벤처·중견기업 지원을 위한 자금으로,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이 올해부터 3년간 8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연내 펀드 결성을 마친 뒤 투자가 시작될 예정이며, 금융위는 이번 예산안 결정으로 이 성장지원펀드에 1000억원을 따로 투입한다.

산은은 현재 ‘2018년 제2차 성장지원펀드’의 위탁운용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산은 측은 “이번 2차 성장지원펀드는 총 35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성장지원펀드는 올해 2조원, 내년 3조원, 2020년 3조원까지 8조원의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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