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 수사결과 발표, 12명 재판 넘기고 60일간 수사 종료…김정숙 여사, 안철수 등 의혹은 ‘증거 없음’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특검수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가 인터넷 댓글을 조작한 ‘드루킹’ 김동원씨를 비롯해 12명을 재판에 넘기고 60일간의 수사를 종료했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총 1억 회 댓글 조작을 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중 8840만회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사건 은폐 시도 의혹 수사는 마무리하지 못하고 검찰로 넘기기로 했다.


허익범 특검은 27일 오후 2시 30분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 진상 및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 경공모, 조기대선 앞두고 네이버·다음·네이트 댓글 1억 회 추천 조작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2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매크로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개발한 뒤 올해 3월까지 9971만 번의 댓글 공감수 조작을 해왔다고 밝혔다. 공격의 대상이 된 사이트는 네이버 뿐만 아니라 다음, 네이트온 등이 포함됐다.

특검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은 매크로 프로그램인 일명 ‘킹크랩’을 이용해 IP를 변경, 쿠키값 초기화, UA(User Agent) 값을 임의 변경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킹크랩은 크게 명령을 내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관리서버’와 관리서버로부터 명령과 아이디, 비밀번호, 대상 기사 및 댓글 등의 정보를 내려 받아 실제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수행하는 기기 ‘잠수함’으로 구성됐다.

잠수함은 ▲포털사의 매크로 사용 방지 정책을 회피하기 위해 IP를 지속적으로 변경 ▲포털사에서 동일 접속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부여하는 쿠키값을 초기화 ▲UA 정보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의 기능을 했다. 드루킹 일당은 잠수함을 통해 할당된 아이디들로 자동 로그인한 후 댓글에 대한 공감/비공감 내지 추천/반대 클릭을 기계적·반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킹크랩’의 개발 경위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조기대선이 목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드루킹 김씨는 2016년 여름쯤 정당 선거관계자로부터 ‘2007년 대선 당시 댓글작성 기계 200대를 구입해 운영해 효과를 봤다’ ‘2017년 대선에도 사용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이에 대응하고자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당시 의원 신분이던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이를 설명하고, 프로토타입을 김 지사에게 보여준 뒤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킹크랩은 개발 일정보다 빠른 2016년 12월쯤 완성됐으며, 이때부터 실제 댓글 순위 조작이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이 네이버 263GB, 다음 8.3GB, 네이트 6.2GB 등 총 277.5GB 용량의 로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 9964만회, 다음 6만4000회, 네이트 3122회 댓글 조작 추천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세 사이트를 종합하면 총 9971만회에 이른다.

댓글 조작은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선일 이후로 집중됐다. 대선 전까지 조작 수는 1265만회에 그쳤으나, 대선일 이후에는 8698만회로 급등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으로 재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경수도 공모”…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위반 적용

특검은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과 이 사건 조작행위를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드루킹의 공범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에 따르면 김 지사는 2016년 6월 30일부터 2018년 2월 20일까지 드루킹과 경공모 사무실에서 3회,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8회 등 총 11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특검이 드루킹의 메신저 등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은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정치관련 정보, 인사 청탁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김 지사의 허락 아래 드루킹이 킹크랩을 개발하고 운용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특검은 또 김 지사가 2018년 6월 13일 실시되는 제 7회 지방선거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드루킹에게 도아무개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 직의 제공의사를 표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선거운동 관련 이익제공금지규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특검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선 이후인 2017년 6월 7일 ‘제7회 지방선거까지 인터넷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한다’라는 내용의 작업을 연장하기로 했다. 그 무렵 드루킹은 김 지사에게 도모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며 진행경과를 수차례 문의했다. 김 지사는 2017년 12월 28일 드루킹에게 ‘오사카 총영사는 어렵고 센다이 총영사로 추천해 임명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특검은 밝혔다.

그러나 김 지사는 현재 이 같은 혐의 전부를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의 사무실에 간 것은 맞지만 댓글 조작 프로그램 개발과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도모 변호사를 영사로 임명시켜주겠다는 거래 내용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김 지사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드루킹은 김 지사와의 대질조사에서도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대질조사 과정에서 김씨에게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를 청탁한 방법’ ‘킹크랩 시연 이후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캐물었는데, 김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침묵했다.

한편,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주었다는 경공모 회원의 진술과 관련된 의혹 수사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특검은 “경공모 회원이 진술을 번복했고, 드루킹과 다른 경공모 회원들도 현금봉투 수수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면서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등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2500만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은 “개인이 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드루킹 김아무개씨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故노회찬 의원도 5천만원 수수…“고인은 별도 처분 안해”

특검은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드루킹에게 2016년 총선 직전 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결론내렸다.

특검은 노 의원이 별세해 별도의 처분을 하지 않았다. 다만 드루킹과 그의 측근이자 노 의원의 경기도 동창인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드루킹과 도 변호사는 2016년 3월 7일과 17일 각각 2000만원과 3000만원을 노 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두 사람이 또 같은 해 7월 파주경찰서가 수사에 나서자 허위로 ‘현금다발 사진, 통장입금내역, 지출내역서’ 등을 만들어 거짓 증거를 제출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드루킹과 도 변호사에게 증거위조교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이 과정에 개입한 ‘파로스’ 김아무개에게 증거위조 및 위조증거사용,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윤아무개 변호사에게는 위조증거사용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윤 변호사는 드루킹의 아내 성폭행 혐의 사건 변호인을 맡고 있다.

◇ 500만원 받은 김경수 전 보좌관도 재판에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한아무개씨의 경우 2017년 9월 보좌관 직무수행과 관련해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 등 3명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한씨가 드루킹 등으로부터 ‘원활한 민원사항 전달, 오사카 총영사 인사 진행 상황 확인’ 등 국회의원 보좌관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500만원을 받았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한씨는 2016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지사의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2017년 2월부터 같은해 11월까지 경공모 사무실 등에서 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 9명과 접촉하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은 한씨를 통해 자신의 민원 전달을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관계를 유지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특검은 이 500만원 전달 과정에 김 지사가 직접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김 지사를 별도로 기소하지 않았다. 또 한씨가 드루킹의 댓글 조작에 관여한 증거로 발견하지 못해 업무방해 등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정숙 여사 경인선 의혹은 ‘혐의 없음’…송인배·백원우 의혹은 검찰로

특검은 댓글 조작 사건 외에 각종 의혹사항도 조사했으나 구체적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우선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이른바 ‘경인선 의혹’은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김 여사는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 현장에서 “경인선도 가야지, 경인선에 가자”라고 발언했다. 이 모습은 촬영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고, 김 여사가 드루킹의 불법 활동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경인선은 경공모가 주축인 외부 선거운동 조직이다.

특검은 경인선이 당시 더민주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경선운동을 활발히 진행한 것은 맞지만, 김 여사가 경인선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같이 사진을 찍은 사실만으로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2회에 걸쳐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은 “송 비서관이 2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수명목에 대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르다”고 밝혔다. 특검은 송 비서관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로 이관해 수사가 연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은 “면담 과정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있지만, 이는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라면서 “검찰로 인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특검은 김경수 지사가 윤 변호사를 아리랑TV 비상임감사로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드루킹 활동자금 자체 부담, 외부유입 없어…안철수 캠프 정보 유출 의혹도 ‘증거 없음’

특검은 드루킹 일당의 활동자금이 정치권 등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경공모는 사무실 임대, 인건비, 킹크랩 운영 서버비 등 매달 수천만원의 운영비를 사용해 외부 불법자금이 유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경공모는 자체 수입으로 활동자금이 충당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은 경공모의 수입·지출 총계 및 세부 항목까지 조사했지만 외부 자금이 유입된 내역을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경공모는 강의료, 공동구매 수입, 플로랄맘 매출, 기타 현금입금 등 명목으로 수입 합계가 30억원에 달했다. 반면 경공모 운영비, 임대료 및 보증금, 킹크랩 운용 비용, 기타 등 지출합계는 29억8000여만원 이었다.

제 19대 대선과정에 안철수 후보 선거캠프의 홍보전략 등이 경공모 회원을 통해 김경수 지사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서도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은 “드루킹이 안 후보의 홍보전략회의 내용을 제보받은 사실이 있고, 그 회의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은 확인된다”면서도 “이를 김 지사의 전 보좌관이 받았다거나 김 지사가 회의 내용이나 결과를 수집, 문서를 작성하도록 개입했다는 증거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 등에 대해 수사를 해온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지난 60일간 벌인 수사의 최종 결과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치특검’ 비판, 아쉬움 남긴 60일 수사…최소인원 유지한 채 공소유지

6월 27일 수사를 시작한 특검은 60일 만인 지난 25일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특검은 댓글 조작 수사라는 본질보다 정치권이 타깃이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특검’이라는 비판의 배경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흥정의 산물’이라는 탄생배경이 있었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를 전제로 드루킹 특검 도입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도 댓글 조작 사건보다 정치권 인물들에 집중됐다. 고(故) 노회찬 의원, 송인배 비서관 등 특정 인물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가 많았고, 수사 후반엔 김 지사를 구속하기 위한 특검이 된 모양새였다. 결국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후 동력을 잃었다.

87명 규모로 운영된 특검팀은 향후 공소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핵심 피의자인 김 지사에 대한 재판은 특검법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된다. 특검법 제18조는 ‘1심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의 전속관할로 한다’고 규정한다. 김 지사가 매주 한번 이상 서울로 출장을 와야 한다는 점에서 ‘관할 이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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