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가치 명확히 평가해라 vs 세금만 높아질 것'…전문가들 "정부의 신중한 접근 필요"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공시가격 조정은 단순한 증세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공시가격 조사에서 집값 상승분을 현실적으로 반영해 내년부터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유세 부담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시가격을 올리고 세 부담을 높여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의 발표에 시민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공시가격 현실화 찬성측은 부동산 거래에 정확한 가격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재산 가치가 정확히 평가돼야 각종 과표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불공정하게 책정돼 서민들이 재벌회장이나 기업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적 있다. 지난 4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아파트 등의 일반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70% 수준으로 형성돼 있지만 고가 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은 20~30%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국내 재벌들이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을 덜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시가격 현실화로 보상평가액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보통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공입사업을 위해 토지를 취득할 때 표준 공시지가를 바탕으로 보상평가액을 산정한다. 그동안 낮게 책정되는 공시가격 탓에 보상평가액이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공시가격 현실화로 정당한 보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이뤄지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이유에서다. 강남구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아무개(55·여)씨는 “공시가격 인상은 고가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소형 아파트를 가진 서민의 재산세 부담도 증가할 것”이라며 “더군다나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면 보유세 뿐 아니라 기초생활보장, 장애인연금, 건강보험료 등도 높아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재벌들이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강남 아파트를 세금 수백만원 오른다고 매물로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며 “공시지가를 현실화한다고 해도 세금만 높아지지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내년부터 부동산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높아지면 시민들이 부담해야할 각종 세금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비공식적으로 현재 일반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70%선, 단독주택은 55%선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아파트와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내년부터 80%이상 최대 9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어 내년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각종 세금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은 집값이 오른 만큼 그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뜻이다”며 “하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인 효과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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