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위축 비판에도 전속고발권 폐지…'재벌개혁안' 재계 불멘소리 더욱 커질 듯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이 또다른 암초가 될까 재계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경우 기준 자체가 모호해 공정위의 자의적인 해석이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38년 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검찰에 우선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양 기관은 △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분야에서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합의안에 서명했다.

최근 퇴직간부들의 재취업비리로 조직쇄신안을 내놓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마저 포기하면서 향후 재벌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공정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재벌개혁마저 유야무야될 경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정위가 ‘배수의 진’을 치고 공정거래법 개편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들이 모두 재계에 부담이 되는 법안들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공정위가 신뢰회복을 위해 재벌개혁에 강도를 높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정위가 재벌개혁 일환으로 추진하는 과제들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해외 계열사 공시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 △사익편취규제 적용대상 확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순환출자 규제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이 중 ‘사익편취 적용대상 확대’, ‘지주회사 규제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은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공정위와 기업의 이해 부딪히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익편취 규제의 경우 지난 2014년 2월 시행됐으나, 지분율 조정 등으로 규제를 피해가면서 실효성 논란이 많았다. 실제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인 상장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같은 지분율 구간 비상장사보다 9.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공정위는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 지분율 기준을,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규제 대상 기업 역시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익편취 규제의 경우 애매모호한 현행 법 규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정거래법 23조의2(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1항4호는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을 규제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규정에서 말하는 ‘상당한 규모’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승계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공익법인은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공정위는 추진한다. 내부거래를 통해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 경영 컨설팅 수수료 등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주회사제도의 경우, 지주사의 자·손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재계의 불만이 크지만 개편안 대부분이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임을 볼 때, 공정거래법 개편특위가 제안한 대로 국회의 심판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활동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으로 38년간 유지해온 전속고발권 역시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전격 폐지됐기 때문이다. 재계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에게는 확실히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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