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장관 단장으로 대규모 방북…전문가들 “중개자 입장에서 비핵화 이행 유도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오는 5~7일로 정해지면서, 북미회담 비핵화 후속 이행 조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북미 양국이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상호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이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통일농구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이행 조치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비핵화 후속 조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일 판문점 북미 실무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서한이 북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전했다.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의 대북 초강경파라고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년이라는 시한을 설정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 측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 내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 같은 방안을 조만간 논의 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미 국방부발로 북핵 폐기 시간표가 거론됐을 때 폼페이오 장관은 ‘시간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핵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미사일까지 포함하는 대량파괴무기(WMD)의 폐기 시한을 1년으로 언급했다.

세라 허커비 센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비핵화를 결정한다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1년 안에 해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현재로선 긍정적인 변화를 향한 큰 모멘텀이 있고 우리는 추가 협상들을 위해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시한이 설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백악관 내부에선 1년으로 시한을 설정하는 데 한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북한은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언론 매체를 통해 무장해제 식의 일방적인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북미가 ‘동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북한과 미국이 실무적 핵 폐기를 앞두고 일종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조치들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북한 핵 은폐 의혹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고위급 회담 전 서로 압박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이미 지난 12일 북미 두 정상이 핵폐기를 공식화했지만 이행 과정에서 양국 입장 차이 또는 갈등 등이 상존하고 있다. 양국이 갖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핵폐기는 시간싸움이 될 것이다. 또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비핵화를 보장할 다자간 협력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4·27 판문점 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합의 내용에 대한 이행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치는 남북 통일농구팀, 남북 철도·​도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 합의 등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남북 통일농구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 등 101명은 3일 오전 평양으로 출발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조명균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고, 이번 평양 통일 농구대회가 한반도 평화를 더 진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번 통일농구대회는 남북 두 정상께서 결단으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의 하나의 이행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사다”며 “특히 이번 평양 농구 대회는 7·4 공동성명을 계기로 개최돼 뜻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날 남북 양국은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해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서도 교환했다. 남측 의뢰서에는 이산가족 상봉 2차 후보자로 선정된 250명의 명단이 북측 가족의 인적 사항과 함께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부는 지난 판문점 선언에서 원칙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현재 핵 폐기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한발 물러선 전략을 펼치고 있고, 북핵과 관련한 정보도 미국보다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최근 우리 정부가 북한과 판문점에서 합의한 내용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북 공동 연락소, 도로·철도 분야 개설, 이산가족 등의 논의는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다”며 “남북간 논의 내용은 결국 대북제재가 풀려야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현재 미국이 핵폐기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이행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정확한 평양 도착 시간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6일 오전 조명균 장관과 함께 평양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명균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함께 있다해도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조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의미있는 양자 또는 북측까지 포함해 3자 회동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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