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 스타트업 M&A 활성화 추세…인수‧매각 가격차가 큰 장애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프랑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이 최근 국내 패션 스타트업 ‘스타일난다’ 지분을 샀다. 해외 유명 기업이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스타트업을 4000억원 규모로 매각한 것이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시장은 지분 투자나 기업공개(IPO)에 비해 여전히 주춤하는 모양새다.

 

스타일난다는 온라인 패션 스타트업들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동대문에서 의류 판매를 했던 김소희 대표가 2007년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었다. 매출이 오르자 2009년 스타일난다는 ‘쓰리컨셉아이즈(3CE)’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특히 중국 단체관광객(유커)들에게 스타일난다와 3CE 인지도가 높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로레알은 스타일난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초 글로벌 사모펀드 (PEF) 운용사 10여 곳이 예비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로레알이 최종 인수대상자가 됐다. 매각은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 70%, 가격은 약 4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해외 유명 기업이 국내 스타트업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해외에선 스타트업이 자신의 지분을 대기업에게 매각하거나, 회사를 인수합병(M&A) 시키는 사례가 많다. 스타트업의 EXIT(투자회수) 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회수는 상장 혹은 M&A 두 가지로 이뤄진다.

 

창업문화가 자리잡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도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도 최근 들어 일부 매각을 포함한 M&A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보수적인 문화를 벗어나기 위해 대기업, 통신사 등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다. 3대 통신사 KDDI는 사물인터넷 기업 ‘소라코무’를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 M&A시장은 상승세를 탄 적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M&A 주체인 대기업은 스타트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년 사이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까진 지분 투자 비율이 가장 많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래텀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트업 M&A 건 수는 총 29건에 그친다. 최근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는 지난 2016SK플래닛이 신선식품 쇼핑몰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사례다.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M&A시장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성장 속도가 느리다고 분석한다. 상장 전 스타트업들이 일정 기간 투자를 받고 규모를 키워야 하는데, 대부분 투자는 초기 기업에 몰려 있는 추세다. 후속 투자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들이 기업 성장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인수자들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과 인수기업 간 느끼는 기업가치 차이가 큰 것도 한몫한다. 자체 기술과 서비스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생각하는 가격은 더 높은 반면, M&A를 하는 투자자의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최근 스타트업 M&A 시장동향에 대해 스타트업 M&A시장은 가격차이에 대한 이견이 크기 때문에 성장이 어렵다. (회사를)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 간 가격에 대한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전반적으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면 앞으로는 M&A 문제도 해결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견해 차이가 (M&A 시장을 막는) 가장 큰 요소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무는 해외 기업, 특히 중국이 사드 배치 이전까지는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중국을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해외 시장이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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