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공간서 만들어진 선물경제…콘텐츠의 브랜드 이익에도 간접기여하며 확산

팬 계정으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다보면 심심찮게 ‘무나’라는 용어를 볼 수 있다. ‘포카 무나해요’, ‘엽서나 스티커 무나합니다’라는 공지에는 ‘좋아요’가 굉장히 많이 달린다. 댓글로 문의를 하거나 굿즈(goods)를 직접 신청하는 팬들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팬들이 제작한 슬로건, 포토카드, 엽서 등뿐만 아니라 티켓이나 관련 물품, 영상이나 사진을 다른 팬들에게 ‘무료나눔’하는 행위를 무나라고 한다.

돈과 시간과 재능을 들여 만든 포토카드나 엽서는 금세 동이 난다. 꽤나 비싸서 이런 것도 ‘무료나눔’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들도 제법 존재해 팬들끼리 열띤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미디어에서 누군가의 ‘팬’으로 만나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비용을 기꺼이 들여 선물경제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 바로 ‘팬 사회’이다.

이와 같은 무료 나눔에서 조건은 단 하나다. 그들이 좋아하는 셀럽이나 콘텐츠의 팬, 즉 그들과 동일한 ‘팬심’을 가진 팬이면 된다. 물론 개별 팬 인증방식에서 까다롭기는 그 강도가 천차만별로 다를 수 있다. 허나 비공식적인 활동은 팬들 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브랜드 이익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실제로 팬들이 제작하는 포토카드나 엽서, 사진이나 슬로건 등은 수많은 인쇄업체들의 마케팅 목표를 일반인이 아닌 팬들로 향하게 하는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팬들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의미를 창출할 뿐 아니라, 쇠퇴한 프랜차이즈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주요한 원동력이 됐다.

팬들의 굿즈나 서포트 물품 제작을 돕는 독립 생산자들이 이런 프랜차이즈의 주요한 일원으로 떠오르게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꽃화환, 선물 포장,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 케이크 주문제작에서부터 쌀화환을 통한 사회적 기업에의 기부에 이르기까지 팬들이 만들어낸 부산물은 이제 주요한 니치마켓의 대상이다.

물론 팬들과 팬들을 이용하려는 기업 간의 갈등은 빈번히 발생할 것이다. 팬들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총알(서포트 기금을 뜻하는 은어)을 장전하고, 서포트를 지원하는 데는 물질적 자본보다 더 큰 ‘감정의 영역’이 작동한다. 그러나 기업과 팬이 무조건 적대적일 것이라고도 생각할 순 없다. 네트워크 문화 속에서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게 된 기업과 팬 모두 주류 콘텐츠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맥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 분명 한 건 있다. 선물경제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팬들의 기여와 참여가 팬덤 그 내부로만 향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콘텐츠의 배치에도 주요한 영향을 끼치면서 더 멀리 힘을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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