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추측 기사만 지적…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이대목동병원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전에 가족이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의료진도 불친절하고 정말 불결했어요. 의료사고도 많다고 합니다.”

 

지난 봄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위직 인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들은 내용을 기자는 처음에 믿지 않았다.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했고, 서울 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식약처 인사가 식품 담당이 아닌 약품 분야를 맡는 약사 출신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그의 언급은 충분히 믿을만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당장 취재 일정에 바빠 이대목동병원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는 적었다.

 

이 와중에 이번에 터진 신생아 4명 사망사건을 보면서 그 당시 식약처 인사 언급을  바로 받아들여 확인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중요도에서 다소 낮을 수도 있는 지난 10월 임산부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 여부에 대한 질의와 답변에서 또 다시 이대목동병원의 참담한 현실만 확인했다.

 

이대목동병원의 홍보 담당자는 대통령 표창에 대한 답변도 했지만 최근 사태에 대해 부인하는 언급만 했다. 일부 언론 기사는 수준미달이며, 일종의 ‘카더라’ 내용만 보도한다는 불만이었다. 사망원인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지금 이대목동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과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정말 병원 측 관계자들은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화가 날 정도다. 인터넷에서는 당장 이대목동병원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내용부터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로 민심이 격앙돼 있다.      

 

단순히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의견을 어떻게 대세로 보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무능하고 불성실하며 비선실세가 나라를 갖고 놀게 만든 대통령을 끌어 내린 것도 민심이고 여론이었다.

 

물론 반대 관점, 즉 병원측 입장에서 보면 신생아 4명의 사망원인은 최종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은 맞다. 신생아 인큐베이터 운영이 매년 적자에 시달리며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미숙한 대응은 물론 최근 3~4년간 터졌던 의료사고를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이대목동병원은 언론이나 남 탓을 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일정 시점 후 이대목동병원의 책임이나 잘못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인돼 발표된다면 그 이후 상황은 뻔하다. 병원장과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하고 다시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할 것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며 요란을 떨 것이 분명하다. 쉽게 잊어버리는 한국인 특성상 이번 사건 여파가 1년 정도밖에 갈지 모른다.  

 

남 탓 하지 않겠다. 지난 봄 식약처 고위직으로부터 이대목동병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취재하지 못한 기자의 잘못이 크다.

 

그리고 기자는 이대목동병원에 큰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른 환자들도 필요하지만 병원은 우선 이번에 사망한 신생아들의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도 끌어 내린 민심이 눈에 불을 키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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