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자해‧청와대 시위로 논의는 연기… ‘집단 이기주의’ 비판도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대한약사회가 편의점 상비약 품목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편의점에 비치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과정이 순탄치 않다. 약사업계가 안전성을 문제로 거센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정책논의는 계속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편의를 위해 상비약을 늘리자는 여론에도 약사들의 반대가 계속되면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정부의 상비약 품목확대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는 지난 17일 오후2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치안센터 앞에서 시위를 열었다. 전국에서 모인 1000명 가량 약사들이 안정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면 약제사고와 부작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단체로 ‘편리성 추구하면 국민건강 절단된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조찬휘 약사회 회장은 “편의점약 자체를 폐지하거나 그마저도 안된다면 일부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가 있는 품목들이라도 약사회와 상의했어야 한다”며 “이번 논의에 포함된 제산제도 장기 복용하면 알루미늄 탓에 치매 촉진시킨다. 약사로서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의사단체들의 문재인케어 반대시위를 의식한 듯 “우린 문재인케어 반대를 외치는 단체와 다른다, 문재인케어 안에 국민건강을 위한 의약품 약사 판매법을 포함시켜달라”고 덧붙였다.

30년동안 종로구에서 약국을 하고 있다는 한 약사는 이날 시위에 참석해 “편의점 알바생과 파는 약이 안전하겠나. 약사가 파는 약이 안전하겠나. 단순하게 바라봐도 편의점 상비약을 늘린다는 건 오히려 부작용을 늘릴 수 있다”며 “시위 안내 정보종이가 떨어질 정도로 약사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지난 2012년 약국이 열리지 않은 심야시간대를 위해 도입됐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해열진통제 5종, 소화제 4종, 감기약 2종, 파스 2종 등 일반의약품 13개 품목을 판매 중이다. 비교적 의사 처방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집중돼 품목이 정해졌다.


그러나 약사회는  편의점 의약품의 안전성을 문제삼고 있다. 전문자격증을 갖지 못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의약품을 판매하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약사회에 따르면 2012년부터 13종 안전상비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는 124건에서 368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특히 두통약 타이레놀 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이 심해 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갈등이 더 심해지게 된 발단은 보건복지부(복지부) 안전상비약 품목확대 논의부터였다. 복지부는 올해 초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상비약 품목 조정을 위해서였다. 심의위원회는 1~4차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보령제약 겔포스 등이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5차 심의위원회 논의에서 약사회 측 위원이 반발하며 합의는 미뤄졌다. 이날 위원회 회의에서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자해소동까지 벌이면서 문제는 커져갔다. 복지부는 이달안에 심의위원회를 다시 열겠다고 밝혔지만,  약사회가 거리 시위까지 나선 가운데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구체적인 심의위원회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상비약을 반대하는 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편의점 약이 부작용을 만든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국민 편의와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약사회는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이나 일반 시민 여론도 편의점 약 확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주부 김미숙(35)씨는 “약국이 문이 열려 있는 시간에는 당연히 약국에 간다. 하지만 야간, 공휴일, 주말에는 약국이 닫기 때문에 편의점에서 급하게 약을 살 수밖에 없다”며 “당장 심야약국이 생기지 않은 마당에 편의점 약 판매를 금지하자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며 토로했다.

한편 약사회는 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가 아닌 공공심야약국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공휴일과 야간에 약을 판매할 수 있는 공공약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올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공심야약국 도입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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