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겪는 중기, “임금격차 문제 일어날 것”…경영계‧노동계 한발짝 양보해야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부터 근로환경이 크게 달라질 예정이다.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주당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업계는 인력난과 임금 부담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에 난색으로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에서는 반대로 근로환경 개선은 필수라며 업무시간 단축과 특별연장근로 할증률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근로기준법을 개선해 현행 68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개정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탓이다. 경영계는 노사합의 시 8시간 연장근로를 허가하자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연장근로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장근로 수당 또한 뜨거운 감자다. 환노위 소속 여야 간사들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중복지급하지 않고 할증률 150%를 유지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연장근로수단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할증률을 200%로 올려달라고 반발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산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지난 12일 공식입장을 밝히며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예상되는 연평균 임금감소폭은 중소기업 4.4%, 대기업 3.6%다.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 시간당 임금은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51.7%에 불과했다.

인력난 심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보다 평균적으로 20~30만명 정도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추가적으로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특별연장근로까지 없어진다면 인력 고용 또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설명이다.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영세 사업장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휴일근로 할증률도 현행 수준을 유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그간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탓에 불만을 호소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이다. OECD국가 평균보다 300시간 정도 높다. 또한 국내 근로자 중 88% 정도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이 큰 셈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라고 보고 있다, 특히 경영계와 노동계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에 전향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인 대세다. 중소기업에서는 이를 적응하려는 노력과 함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노동계에서도 휴일근로 중복할증, 특별 연장근로에 대해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 연구원은 “정부에서도 중소기업들의 혁신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생산성 있는 정책을 내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조기에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한 기업들에 대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기부는 국회, 관계부처와 함께 현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나 근로시간 단축제의 업종별‧지역별 구분적용 등을 논의하고 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중소기업) 현장에서 큰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것을 잘 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고 혁신역량 강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하고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은 경영계와 노동계를 떠나 여야 간 갈등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여당에서는 중복할증률을 높이지 않는 이상 합의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연내 입법을 목표로 삼고 있는 청와대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늦어지지 않도록 낮은 수준일지라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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